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http://s-space.snu.ac.kr/bitstream/10371/79154/1/02.pdf

Determinants of China-North Korea Relations and Its Implications for South Korea’s External Strategy Oh, Seung-Yul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Division of Chinese Studies) 

Regarding the determinants of the China-North Korea relationship, this article identifies three important factors: (1) China’s domestic political environment, (2) structural features of the economic relationship between China and the North, and (3) strategic competition between China and the U.S. Given the ideological inertia of Chinese leadership and its preference for the status quo in the Korean Peninsula, abnormal ad hoc features of the China-North Korea economic relationship, and the strategic game structure of China and the U.S., China will maintain its role as a patron of North Korea for the time being. In this context, South Korea’s strategic room for improving the inter-Korean relationship is limited. Considering the cost and benefit of South Korea’s external strategy, the accumulation of some strategic capital against China and the U.S. is highly recommended.

중국은 최근 김정일 사망과 권력승계 과도기에 발생할 수 있는 북한의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식량을 포함한 대규모 경제지원을 시행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로켓발사 이후 안보리 의장 성명 발표 과정에서 중국은 그동안 그렇게도 감싸오던 북한과 거리를 두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북한을 궁지에 모는 것도 아니다.

중국의 대북한 정책 결정 요인과 관련하여 상식적 차원에서 거론되는관념적 설명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안보적 필요성과 북한의 ‘동북4성(省)화’라는 정치경제적 동기 등이다.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논리적 설명력을 갖춘 것 같지만 이와 같은 요인들은 다분히 주관적 의미 부여에 불과하다. ‘순망치한’론은 자칫 남북관계의 장기적 발전과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저해할 수도 있는 중국의 전략적 대북정책을 ‘당연시’함으로써 그에 대한 정당성을 우리 스스로 부여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후진타오 세대부터 중국지도부는 ‘자수성가형’ 혁명가가 주류를 이뤘던 이전 세대와 달리 개혁기에 육성 및 교육된 관료로서 기존 질서에 대한 순응과 체제 내에서의 점진적 변화에 익숙한 양상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현 중국지도부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현 상황을 타 파하기 위한 ‘좌’나 ‘우’의 갈등이 아닌 방법론적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견해 차이로 좁아졌으며, 중국의 사회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치 및 이념체계의 현상유지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보수적’ 관념의 지배 하에 놓이게 됐다. 

중국은 내부 정치 구조와 지도부의 이념적 제약 요인으로 인해, 현상유지 선호적 대내외 정책을 지향하고 있으며, 때로는 당(黨)과 군(軍)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북한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사회주의적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심리적 관성을 지니고 있다

중국의 ‘사회주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중관계 유지를 통해 중국 내부의 사회주의 가치 상실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를 충족시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근래에 북한과 중국 모두 양자 관계가 조선로동당과 중국공산당의 ‘당(黨) 대 당’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이와 같은 중국지도부의 이념적 관성과 무관하지 않다.

둘째, 북·중 경제관계는 북한과 중국의 경제구조와 전략이 맞물려 나타나는 과도기적 성격을 띠며, 결코 안정적인 비교우위의 구현에 의한 것이 아니다 북·중 경제관계는 일반주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차원의 경제행위로 이뤄진다. 개인 휴대품 등을 활용한 일반인의 왕래에 수반되는 경제활동 은 부분적으로나마 생필품의 유입 통로로 작용함으로서 북한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김정일은 생전에 중국의 동북 3성 지방정부와 북한의 경제협력을 강 조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국면 속에서 중국 중앙정부의 외교적 부담을 덜어주고, 중국 동북지역 지방정부와의 유대감을 통해 유 리한 경제관계를 갖고자 하는 북한의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한편 정부 와 기업이 밀착된 관계를 유지하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 특징으로 인해 많은 경우에 있어서 기업의 행위는 실질적으로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의도를 반영하게 된다. 특히 북한과 인접한 중국의 동북3성 지역은 전 통적으로 중공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기업의 소유제도 형 태 역시 국가 및 지방정부의 영향력이 큰 경향을 보인다. 또 이들 중공업 기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자금 조달 능력에 있어서 유리 하고, 중간재의 수요자로서 북한의 편리한 경협 상대가 될 수 있다. 북· 중 경제관계의 많은 부분을 밝히고 싶지 않은 북한으로서는 ‘회색지대’에 있는 중국 동북지역의 대형 기업이 매우 요긴한 협력 상대인 것이다.

셋째, 북·중관계는 중국과 미국의 전략 경쟁구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중국과 미국은 양자 간의 관계에 있어서는 중·미 외교사에 있어서 가장 친밀한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으 며, 이는 중국의 경제력과 국제사회에 대한 영향력에 의해 뒷받침 된다. 그러나 중국의 급격한 성장이 초래한 불확실성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다자간 질서에 있어서 미국과 중국은 치열한 전략 경쟁 및 상호 견제 국면에 진입했다. 북한 문제는 바 로 중·미 전략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반영되는 이슈 중의 하나다. 이 글 의 분석에서 보듯이 중국은 북한 감싸기의 우월전략(dominant strategy), 미국은 상황에 따른 혼합전략(mixed strategy)이 각각의 전략이익을 추구 하는데 가장 유리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북한은 이와 같은 중국과 미 국의 전략을 십분 활용하여 대남전략을 추진한다

한국 사회가 단순히 중국과의 의사소통 필요성이나 한국의 외교력 미흡 등을 강조하면서, 중 국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의 미가 없다. 그동안 한반도 관련 중국의 대외전략 선회에 대한 구체적 대 응 방안 논의는 심도 있게 이뤄지지 못했다. 중국의 외교나 전통 정치 문 화에 대한 왜곡된 인식 또한 ‘중국에 대한 호소’나 ‘호의 표시’가 효율적 인 대중 외교수단이 될 수 있다는 편견을 뿌리내리게 했다. 역대 한국 정 부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각종 현안 협상 테이블에서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대 북한 정책은 전략적 제약 요인을 반영한 자국이익 추구 행위일 뿐이며 결코 한국의 호소에 의해 변화하지 않는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은 중국에 대한 한국의 전략적 자산을 확대함과 동시에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있는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과중국의 경제관계가 시장원리에 따라 민간 기업 및 개인의 경제행위 중심 으로 이뤄지도록 유도함으로써 북한경제의 개혁개방을 앞당기고, 동북 아지역의 지속적인 안정과 평화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중국의 대 북한 전략 선회 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한·미동맹 관계에 대한 중국지도부의 오해와 편견에 기인한 바 있으므로, 한·미동맹의 협력 범주와 한국의 장기 전 략에 대한 투명하고 합당한 정책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 은 미국과의 세계전략 경쟁관계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 고 있으므로,

  • (1) 중-대만 관계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역할,
  • (2) 미국의 MD(미사일방어계획)와 PSI 등에 대한 한국의 명확한 입장과 역할,
  • (3) 통 일한국의 안보전략 및 동북아 질서 변화에 대한 한국의 비전,
  • (4) 동북아 지역의 다자간 안보체제 건립에 대한 한국의 입장과 비전 등에 대한 조 화로운 청사진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중국의 보수적이며 국가주의적인 대외전략 선회에 대응하여 남북한관계를 우리 주도로 발전시키기 위한 효과적 방법은 중국에 대한 ‘부탁’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한국의 전략적 자산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의 국익을 저해하는 대외전략 방향을 선택할 경우, 한국과의 관계에서 그에 상응하는 상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외교 전략 카드의 개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