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과학과 종교의 대화 <1> 왜 대화가 필요한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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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물] 정대성
작성일
2021-09-25 12:11
조회
2239

우리는 지금 ‘중세’로 회귀하는 걸까요?

장대익 교수가 첫 번째 말문을 열었다. 장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를 졸업하고 서울대 과학사및과학철학협동 과정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런던정경대학(LSE) 과학철학센터에서 생물철학과 진화심리학을 연구했다. 최근 한국 지식사회에서 큰 관심을 모은 <통섭>(사이언스북스 펴냄)의 역자이기도 하다.

장대익 교수는 2006년 7월부터 1년간 미국 보스턴에 있는 터프츠대 인지연구소에서 대니얼 데닛 교수와 함께 연구를 했다. 이 첫 번째 편지는 그 당시에 초고가 작성된 것이다. <편집자>

신재식, 김윤성 선생님께

별고 없으신지요. 한국엔 제법 큰 눈이 왔다지요? 여기 보스턴에 온 지 벌써 넉 달이 넘었습니다. 듣기로는 여기에 눈이 많이 오면 1미터 정도 쌓여서 학교도 휴교하고 그런다는데 아직은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

이제 며칠 후면 크리스마스입니다. 여기서는 10월 말에 핼러윈(만성절 전날인 10월 31일에 행해지는 축제 : 필자), 11월 말에 추수감사절, 그리고 12월에는 크리스마스…. 하나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홀리데이(Holiday)를 준비하는 식입니다. 11월에 추수감사절이 끝나니까 바로 거리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걸리더군요.

물론 이 모든 절기들이 상술로 포장된 지 오래지만 미국은 적어도 문화적으로는 ‘기독교 국가(Christian nation)’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종교 정체성 조사 결과(2001년에 이루어진 것입니다.)를 보니까,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미국 국민의 76.5%, 무종교라고 답한 사람은 13.2%, 유대교는 1.3%, 불가지론자는 0.5%, 무신론자는 0.4%였습니다(☞결과 보기). 불가지론자와 무신론자를 합해도 1%가 넘지 않고, 기독교는 80% 정도나 되니 미국은 정말로 기독교 국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바로 몇 달 전(2006년 9월)에 있었던 갤럽 조사 결과는 더 흥미로웠습니다. 질문은 이런 것이었지요. “일반적으로 말해 당신은 미국인들이 어떤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대답 항목에는, 유태인, 아시아인, 여성, 흑인, 모르몬교도, 히스패닉, 무신론자, 동성애자가 무작위로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을까요? 앞에서부터 나열해 보면, 여성(61%), 흑인(58%), 유태인(55%), 히스패닉(41%), 아시아인(33%), 모르몬교인(29%), 무신론자(14%), 동성애자(7%) 순이었습니다(☞결과 보기).

그러니까 미국에서는 무신론자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모르몬교도보다 낮고 동성애자보다는 조금 높다는 이야기인데, 다시 말하면 무신론자 대통령이 나올 가망성은 극히 적다는 뜻이겠지요. 미국의 정치인들은 표를 의식해서라도 기독교인을 자처하게 생겼습니다. 생전에 가장 똑똑한 미국인으로 추앙받던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이 대선에 출마했어도 미국 대통령은 도무지 될 수 없었을 겁니다. 무신론자였으니까요!

세이건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니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조디 포스터 주연의 <콘택트>라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저는 세이건의 원작보다 이 영화를 먼저 접했었는데요, 영화를 보고 나서 세이건이 쓴 모든 책을 다 주문했을 정도로 전율을 느꼈었지요. 물론 아직도 다 못 읽었지만요. 그는 동명 소설 <콘택트(Contact)>에서 주인공인 천문학 박사 에로웨이와 복음 전도자 자스를 통해 과학과 종교에 관한 심오한 문제들을 절묘하게 다룹니다.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과학적 진리를 굳게 믿는 여성 천문학자가 어느 날 베가성에서 온 외계 신호를 포착하고 해독하여 우여곡절 끝에 베가성을 향하는 우주선의 첫 탑승자가 된다. 이 과정에서 그녀의 남자 친구인 복음 전도자가 그녀의 과학적 신념을 도전한다. 결국 베가성 여행은 실패한 것처럼 보였으나, 저자는 막판에 결론을 뒤집어 과학적 신념이 종교적 믿음보다 더 믿을 만하다는 사실을 암암리에 드러내고 있다 : 필자)

물론 그의 메시지는 에로웨이의 언행이 대변해 주고 있지요. 이 편지를 쓰다 말고 잠시 제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이 영화를 또 한 번 보았습니다. 의미심장한 장면들이 너무 많은데요, 그중 하나만 소개할게요. 아마 이 장면, 기억나실 겁니다.

자스 위원 : 에로웨이 박사, 당신은 자신을 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에로웨이 박사 : 무슨 질문이신지? 전 도덕적인 사람이긴 합니다만…….

자스 위원 : 당신은 신을 믿습니까?

에로웨이 박사 : 저는 과학자로서 경험적인 증거만을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그 문제에 관해서는 그런 종류의 자료가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위원장 : 그러면 신을 믿지 않는다는 말씀이십니까?

에로웨이 박사 : 왜 이런 질문이 이번 일과 상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위원 : 에로웨이 박사, 세계 인구의 95%는 어떤 형태로든 절대자를 믿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충분히 상관이 있는 질문이지 않겠습니까?

에로웨이 박사 : (…) 저는 이미 답을 했습니다.

자신의 무신론을 숨기지 않았던 에로웨이는 이 대답으로 인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외계 문명을 만나는 기회를 가진 탑승자 심사에서 탈락합니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최후의 탑승자가 되지만 말이지요. 마치 세이건은 에로웨이의 입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 진실한 무신론적 지식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서남아시아에서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느끼는 압박감보다는 덜 하겠지만 미국의 무신론자들도 압박감을 느낄 만합니다. 특히 이것은 미국 현 대통령이 조지 W 부시가 재집권하고 나서부터 더 심화된 듯합니다. 그는 보수 기독교인의 표를 더 얻기 위한 제스처 이상으로 근본주의 기독교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미국 지식인 중에는 9・11 같은 테러가 미국의 반(反)이슬람 기독교 근본주의 때문에 일어났다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번 학기에 참여했던 한 수업에서 저명한 언어학 교수가 학부 학생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더군요. “부시의 근본주의 기독교와 중동의 근본주의 이슬람 때문에 나라의 운명이 심히 걱정된다.”라고요. 미국 자유주의의 본산 보스턴(보스턴은 미국 최초로 흑인 주지사를 냈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진보적이고, 하버드와 MIT 같은 미국 최고의 대학들의 영향으로 자유주의 정신이 가득하다 : 필자)이니까 수업 시간에 이런 말이 가능한 거겠죠?

리처드 도킨스의 무신론 ‘운동’

작금의 이라크 사태를 ‘미국 근본주의 기독교 vs 중동의 근본주의 이슬람’의 대결로만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구도라는 느낌을 주지 않나요? 하지만 정말로 종교 간 전쟁 때문에 세계가 큰 위험에 빠졌다고 설득력 있게 외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그중에서 아주 흥미로운 인사가 있습니다. 바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찰스 시모니 ‘과학의 대중적 이해’ 석좌 교수로 있는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입니다(헝가리 태생의 찰스 시모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프로그램 엔지니어로 큰 부자가 되었다. 그는 후에 ‘인텐셔널 소프트웨어’ 회장으로서 여러 대학에 자신의 이름을 딴 석좌 교수 자리를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 만들어졌는데, 이 자리의 첫 번째 수혜자가 바로 도킨스이다 : 필자).

그가 최근에 출간한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원제는 ‘신이라는 망상’ 또는 ‘신은 망상이다’로 번역할 수 있다 : 필자)라는 책이 몇 달째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 10위 안에 올라와 있는데요, 저도 몇 주 전에 사서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의 주장은 한마디로 “신은 망상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에 따르면, 신은 요정, 도깨비, 유니콘, 포켓몬스터처럼 상상 속의 존재일 뿐인데 많은 이들이 신은 마치 실재하는 양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망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이 망상이 일종의 ‘정신 바이러스’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 망상에서 빨리 깨어나야 종교 전쟁으로 인한 인류의 파멸을 막을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혹시 선생님들도 이 책을 보셨는지요?

도킨스는 이번에 아주 작심을 하고 이런 도발을 감행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책 출간에 즈음하여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바로 가기)를 만들더니만 ‘이성과 과학을 위한 리처드 도킨스 재단(The Richard Dawkins Foundation for Reason and Science, ☞바로 가기)’도 세워 본격적인 무신론 캠페인에 들어갔습니다.

미국과 영국을 순회하며 책에 대한 강연, 텔레비전 출연, 인터뷰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고, 얼마 전에는 영국 BBC를 통해 <모든 악의 근원?(Root of All Evil?)>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직접 만들어 방영하기도 했었지요. 이 다큐멘터리도 최근에 구입해서 보았습니다. 콜로라도의 한 대형 교회(개신교)의 예배에 (관찰자로) 직접 참석하고, 현 대통령 부시와 핫라인을 갖고 있을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까지 있는 복음주의 목사와 언쟁을 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그 목사가 성경에는 하나의 모순도 없다고 말하자, 도킨스는 현재의 과학이 성경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모순점을 지적한다고 맞받아쳤지요. 그랬더니 그 목사는 바로 “당신같이 오만한 사람이 바로 문제”라고 비난을 하더군요.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을 동물이라고 말하는 당신하고는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다.”라고 말하며 대화를 그만둡니다.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 서문에서 비틀스 출신 존 레넌의 노래 ‘이매진(imagine)’을 패러디해 다음과 같이 노래를 부릅니다. “종교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세요. 자살 폭파범, 9·11 테러, 런던 폭파 테러, 십자군, 마녀 사냥, 화약 음모 사건(1605년 영국 가톨릭교도가 계획한 제임스 1세 암살 미수 사건 : 필자), 인디언 분리 구역,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세르비아·크로아티아·무슬림 대학살… 등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세요.”

그가 단지 종교가 너무나 싫어서 이러고 있는 것일까요? <만들어진 신>은 신이 존재한다는 가설, 즉 ‘신 존재 가설(God hypothesis)’이 왜 설득력이 없는지를 논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의 존재를 인정해야만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 가령 인생의 의미, 도덕성, 사랑, 책임감 등이 어떻게 자연적 과정을 통해 진화해 왔는지를 보여 줍니다.

사실 이런 주장은 그동안 무신론적 진화론자(진화론은 무신론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들의 단골 메뉴였지요. 그런데 제가 이번에 매우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이 있지요. 그는 부모의 절대적 영향 아래 있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종교에 따라 ‘무슬림 아이들’, ‘기독교 아이들’과 같은 꼬리표를 달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종교에 관해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을 더 큰 혼돈에 빠뜨리는 일종의 아동 학대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마르크스주의 아이들(Marxist children)’이나 ‘자유주의 아이들(Liberal children)’이 얼마나 어색합니까?

도킨스가 재단까지 설립해 가며 이런 도발적인 주장들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가 지금 일종의 ‘운동(movement)’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종교는 감히 비판해서는 안 될 무엇”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일깨워 주려는 것입니다. 현재 저의 지도 교수이기도 한 인지 철학자 대니얼 데닛(인공지능과 의식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킨 영미권의 대표적인 철학자로서 현재 터프츠 대학교의 인지 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진화론을 자신의 철학적 작업에 응용해 온 점이 다른 철학자들과 확연히 다른 측면이다 : 필자)은 도킨스의 운동을 오프라 윈프리의 그것에 비유하더군요.

오프라는 한때 <오프라 쇼>에서 미국 내 가정의 매 맞는 여성에 관한 심각한 문제를 전국적으로 일깨운 적이 있었습니다. 데닛은 도킨스의 책과 활동도 종교에 관한 심각한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캠페인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종교(특히 기독교)에 억눌려 있는 사람들이여, 무신론의 세계로 탈출하여 당신의 지성을 구원하라.” 이런 메시지가 영국식 악센트로 제 귀를 때리는 듯합니다.

그가 얼마나 단호하고 도발적인 사람인지 한번 보시겠습니까? 얼마 전에 미국 버지니아 주의 한 대학에서 책에 대한 강연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나 봅니다. 마침 거기에 참석한 리버티 대학교(Liberty University, 미국의 대표적 보수 기독교 리더인 제리 파웰이 1971년 설립한 기독교 대학 : 필자)의 한 학생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지요. “학교 박물관에 전시된 공룡 화석이 5000년 전의 것이라고 되어 있거든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죠?” 그러자 도킨스는 공룡 화석의 나이를 추정하는 여러 과학적 방법들을 설명하고는, 공룡 화석이 5000년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뉴욕과 워싱턴 D.C.의 거리가 500미터 정도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것이라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은 자극적인 말을 하더군요.

“여기 계신 리버티 대학교 학생 여러분께 강력하게 말씀드립니다. 학교를 그만두시고 더 적당한 학교에 지원하십시오.” 좀 심하다 싶은 말인데도 여기저기서 환호성과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오는데, 좀 놀랐습니다.

종교에 대한 동상이몽? 도킨스, 윌슨, 그리고 굴드

도대체 왜 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 자신의 분야도 아닌 종교에 대해 이렇게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것일까요? 사실 최근에는 저명한 과학자가 종교에 대해 뭔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유행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령 하버드 대학교의 사회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하버드대학의 진화 생물학 교수로서 개미 연구와 사회 생물학 창시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번역된 <통섭: 지식의 대통합(Consilience: The Unity of Knowledge)> 등을 통해 과학에 기반을 둔 지식의 대통합을 부르짖고 있다 : 필자)은 서너 달 전에 <생명의 편지(The Creation)>(원제는 ‘창조’, ‘창조물’, ‘피조물’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 필자)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도킨스의 책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제목부터 너무 다르지 않나요? 하나는 ‘신은 망상’이라고 하고 다른 하나는 ‘창조’라고 되어 있으니까요. 사실 제목이 참 의아했습니다. 창조는 주로 유대-기독교, 이슬람 전통에서 즐겨 쓰이는 단어이지 않습니까? 유년 시절을 신실한 침례교인으로 자랐다가 무신론자가 된 윌슨이 다시 기독교로 회귀한 것은 아닐 텐데, 왜 그런 제목을 달았는지 궁금했지요. 목차를 보니 그런 의문이 더욱 강해지더군요. 심지어 “타락(decline)과 구속(redemption)”이라는 제목의 장도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내용을 보면서 의문이 좀 풀렸습니다. 서부 침례교 목사에게 지구의 생태계를 살리는 일에 같이 동참하자는 내용의 편지더군요. 과학과 종교가 형이상학적으로 서로 대립적이다 하더라도 우리 지구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이 생태계 위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함께 손을 잡을 수 있는 실천적 근거들이 너무 많다고 호소합니다. 과학계의 한쪽(도킨스)에서는 종교계에 시비를 걸고, 다른 쪽(윌슨)에서는 협력하자고 손을 내밀고 있는 셈인데요, 둘 다 현대 진화론의 거장들이라는 사실이 정말 흥미롭지 않나요?

(두 달 전쯤에 대니얼 데닛과 스쿼시를 친 적이 있어요. 35세인 저와 65세인 데닛이 경기를 했는데 누가 이겼겠습니까? 당연히 제가 (…) 졌습니다! 그것도 두 게임을 내리 졌지요. 대단한 체력이었습니다. 저는 힘들어 더 이상 못 하겠다고 했을 정도였지요. 잠시 쉬는 시간에 윌슨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요. 제가 <통섭>의 한 장과 논의와 성격이 많이 달라 당황스러웠다고 했더니 데닛도 맞장구를 쳐주시더군요. 그러더니 “그럼 이참에 윌슨 선생하고 우리 셋이서 만나 점심이나 먹으며 이야기하면 어떻겠냐.”라고 그러시더군요. 물론 저야 “감사합니다.”라고 했지요. 아직은 몇 가지 사정 때문에 윌슨 선생님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2007년 1월 초에 점심 모임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습니다. 이 건은 그때 가서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도킨스와 윌슨의 경우처럼 진화론자들이라고 해서 종교에 대해 똑같은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02년 전에 작고한 하버드 대학교의 진화 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하버드 대학교의 저명한 고생물학자로서 단속 평형설 등을 제시했고 진화에 대해 수많은 에세이를 남겼던 과학 저널리스트이기도 하다. 2002년에 암으로 사망했다 : 필자)는 이들과도 다른 종교관을 가졌었지요.

그는 과학과 종교가 “중첩되지 않은 영역(Non-Overlapping Magisteria, 줄여서 NOMA)”에 있는 인간의 활동이라고 말합니다. 과학은 사실의 언어를, 종교는 가치의 언어를 쓰기 때문에 서로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뜻이지요. 둘 간의 영원한 평화를 선언해 버린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도킨스, 윌슨, 굴드가 종교에 관해 자신만의 독특한 입장이 있는 듯합니다. 그 차이를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을까요? 과학이 종교를 제거할 것이라는 생각(도킨스), 둘의 세계관은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지만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는 서로 협력할 수 있다는 생각(윌슨), 둘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생각(굴드).

종교의 유통 기한은 아직도 유효한가?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도대체 왜 저명한 과학자들이 종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참견을 하는 것일까요? 제 생각에는 종교에 대해 딴죽을 거는 사람들의 직업을 따져 보면 과학자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아마 종교학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성은 이미 과학의 시대로 넘어온 지 오래 되었는데 아직도 종교의 시대에 머물러 있는 감성 때문에 일군의 의식 있는 과학자들이 이렇게 난리를 치는 것일까요? 계몽 차원에서? 하지만 두 진영 모두 자신들이야말로 선지자인 양 떠들고 있는 것 같지 않으세요? 과학의 끝에서 신을 만나다! vs 과학의 끝에서 신을 쫓아내다!

이런 화두를 던지면 어떤 이들은 시큰둥해 하는 것 같습니다. “과학과 종교, 더 넓게는 이성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서야 아주 오래전부터 제기되던 질문들 아닌가요? 뭐 그런 거야 따지기 좋아하는 가방 끈 긴 사람들이나 관심 갖는 것이지, 우리처럼 하루 살기 바쁜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지.” 라고 말이지요. 실제로 저는 그런 분들을 여럿 만나 본 적이 있습니다. 도대체 왜 지금 새삼스럽게 과학과 종교의 문제를 다시 꺼내야 할까요?

이 대목에서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에서 9·11 테러를 들고 나오며 과학의 이름으로 종교의 존재 자체를 고발한 것은 꽤 큰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사실 인류의 역사를 가만히 보면 중세까지 종교적 세계관 속에 숨 쉬다가 계몽 시기를 거치면서 비로소 과학적 세계관으로 이행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도킨스의 주장처럼, 그로부터 수백 년이 지난 현재에도 낡은 종교적 세계관이 죽지 않고 오히려 더 번창하여 전 세계의 비극적 전쟁의 원인이 되고 있는 상황은 혹시 아닌가요? 마치 지독한 바이러스가 퇴치되지 않고 때로 사람을 대량으로 감염시켜 인류에게 큰 재앙을 주듯이, 종교도 끈질긴 정신 바이러스가 아닐까요?

종교적 근본주의자들―기독교인이건, 무슬림이건, 아니면 다른 신흥 종교의 광신도들이건, 혹은 신내림을 받았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건 간에―이 다른 견해를 인정하려 않기 때문에 생겨났던 셀 수 없는 비극들을, 그리고 앞으로도 생겨날 비극들을 도대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제발 좀 관용의 태도를 가져라.” 라고 충고한다고 될 문제입니까? 아니면 아주 직설적으로 “네 세계관은 사실적으로 아주 틀렸거든!” “자살 테러를 하면 그것으로 끝인 것이지 내세에 축복받는 것 아니거든!”이라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저는 요즘 도킨스의 외침이 진실이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적인 정직성을 견지하다 보면 종교는 더 이상 인류에게 필요 없는 ‘밈(meme,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 11장에서 인간의 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밈’이라는 새로운 복제자를 제안한다. 밈은 문화 전달의 단위, 혹은 모방의 단위를 뜻하며 ‘gene’과 대구가 되도록 ‘meme’으로 표기되었다. 선율, 아이디어, 캐치프레이즈, 패션 등이 바로 밈의 사례들이다 : 필자)’ 같아 보입니다. 유효 기간이 지나 버린 밈인데도 사람들이 거기에 뭐가 더 있을 줄 알고 계속 그 주위를 맴도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종교는 과학에 의해 대체되거나 아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하는 유물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신학과 종교학을 하시는 두 분 선생님께서 들으시면 좀 불쾌하게 여기실지도 모르겠지만, 종교가 더 이상 세상을 걱정하는 시기는 지난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의 존립 근거를 걱정해야 할 때인 것이지요. 저는 과학이 종교의 주춧돌들을 야금야금 빼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전 세계적으로 종교인의 수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제게는 정말 수수께끼처럼 보입니다.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초자연적 세계를 상정한 종교들은 망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소위 ‘영적(靈的)인 세계’를 갈구하는 이들은 더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종교는 점점 더 자신의 세력을 불려 세계의 역사를 좌지우지하는 듯합니다.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중세로 회귀하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떤가요? 두 분 모두 한국의 종교 상황에 대해 전문가이시니 말씀을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왜 지금 종교와 과학인가?

종교와 과학은 누가 뭐래도 인류의 역사를 추동해 온 두 축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종교는 과학을 낳았고 과학은 종교에 대들었지만, 아직도 못 쫓아내고 있습니다. 오히려 대반격이 시작되었다고나 할까요.

선생님들!

이런 편지가 언제까지 오갈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는 두 밈인 과학과 종교에 대해 아주 솔직한 토론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데카르트가 했던 것처럼 진실이 무엇인지를 위해 방법론적으로 의심에 의심을 거듭해 보려고 합니다. 가령, 모든 유신론자들이 믿고 있듯이 기도가 정말로 효과 있는지를 의심의 눈으로 해부해 보고 싶습니다. 종교 경전들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크고 작은 기적(miracle)도 그냥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대신 결론은 활짝 열어 놓으려 합니다. 편지를 통해 선생님들과 토론해 가면서 인류의 해묵은 질문에 제 나름대로 답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이건 인류의 문제만이 아니라 저의 개인적이고 실존적인 물음이기도 합니다. 아시듯이 저 또한 지난 십여 년 간 종교와 과학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해왔지 않습니까?

도대체 왜 지금 우리가 과학과 종교에 관해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이것이 제 첫 번째 질문입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가 몇 년 전 <뉴욕타임스>에서 했던 말을 인용하면서 첫 번째 장문의 편지를 띄웁니다. 연말연시,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종교가 있든 없든 선한 일을 하는 좋은 사람과 악한 일을 하는 나쁜 사람은 있는 법이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 악한 일을 하려면 종교가 필요하다. (The New York Times, April 20, 1999)

읽은 것을 모두 기억하기를 바라는가?그것은 먹은 것을 모두 몸에 지니고 다니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쇼펜하우어 –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은 영국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평론가로 처음으로 영어사전을 만들어 영문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가 1775년 4월 18일 일행과 함께 친구의 저택을 방문했다. 그는 친구가 기다리고 있던 서재로 들어가 짧은 인사를 마친 후 몸을 돌려 책장에 꽂힌 책들의 제목을 눈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존슨 박사, 사람에게 책의 겉표지를 보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그러자 존슨이 대답했다. “이유는 간단하네. 우리에게는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지. 하나는 우리가 어떤 주제에 대해 ‘직접 아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련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라네.” 인류사를 돌이켜 보면, 인간은 이 두가지 지식 중에 ‘직접 아는 지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백과사전에서 어떤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보다 백과사전처럼 많은 것을 아는 이를 더 탁월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박학다식한 사람을 높게 칭송하며, 자신도 그렇게 되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에 이른바 ‘찾을 수 있는 지식’은 ‘직접 아는 지식’에 비할 바가 못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직접 아는 지식’ 못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지식’도 중요하며 반드시 함양해야 하는 지식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인간은 원래 망각의 동물이다. 기억연구의 대가인 독일의 심리 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에 따르면, 학습을 하고 10분 후부터 망각이 시작되며 1시간 뒤에는 50%, 하루 뒤에는…
철학 스크랩 안유민 2022.02.15 추천 0 조회 2071
이번 학기에 중국 수업을 개설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은 대학생들이 중국 역사에 대한 기초 지식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좋든 싫든 전세계에서 중국이 하나의 ‘문제’로 등장한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최근 학계에서 유행하는 중국 현대사 다시 쓰기 작업을 소개했다. ‘다시’ 쓰기를 쟁점화하려면 제국주의나 사회주의 혁명 등 기존 역사 서술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할 텐데, 온라인 화면에 동동 떠 있는 학생들의 얼굴엔 물음표만 가득했다.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법 ‘잘나가는’ 대학이 아닌가. 게다가 명문대 입학 준비는 유치원 때부터 한다지 않던가. 자료를 찾아보니 <한국사>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수과목이지만, <세계사>와 <동아시아사>는 선택과목이다. 일국사나 유럽중심주의 편향을 넘어 세계 시민으로서의 공존을 염두에 둔 역사 서술이 돋보이지만, 다루는 범위가 넓다 보니 학생들이 선택을 꺼린다. 지난 5년간 수능에서 두 과목을 선택한 비율은 각각 10퍼센트 안팎에 불과하다. 학생들을 나무랄 게 아니라 교육 정책을 입시 대책으로 축소한 어른들의 책임을 묻는 게 옳다.학습 기회를 놓쳤다면 양국 간 교류를 넓히는 게 중요할 텐데 안타깝게도 코로나가 발목을 잡았다. 고학번 학생들은 그나마 개인적인 여행이나 한-중 교류 이벤트에 참여한 경험을 언급하지만, 팬데믹 이후 입학한 학생들은 최근 읽은 책이나 포털에 등장하는 기사를 중국 이해의 주요 자원으로 삼는다. 삼라만상 가운데 어떤 중국을 문제화·사건화할지에 대해 언론의 책임이 막중한 때다.하지만 최근의 중국 관련 보도를 보면 언론이 ‘반중’ 제조업체가 된 게 아닌지 궁금할 정도다. 중국을 향한 시선은 ‘위협적인 중국’과 ‘기괴한 중국’ 사이에서 시소를 타고, 헤드라인은…
정치 스크랩 안유민 2022.02.08 추천 0 조회 1756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판문점 회담이 있었다. 회담장에서 생생하게 보여진 김정은 위원장의 행동과 육성은 폐쇄적인 은둔 왕조의 계승자라기에는 너무나 과감하고 솔직했다.누구는 ‘쇼’라고도 하지만, 그것이 쇼라면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아도 과하지 않을 명연기다. 그 어떤 연기도 현실보다는 사실적일 수 없다.김 위원장이 우리를 놀라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연기라서가 아니라 북한 내부의 결정과 열망의 표현이었기 때문이다.북한은 남북정상회담 개최 직전인 지난 4월 20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북한은 해당 회의에서 “ ‘핵·경제 병진노선’이 승리로 종결되었으며, 당과 국가의 전반 사업이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지향하도록 하고 모든 힘을 집중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러한 결정은 무엇을 의미할까? 왜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러한 결정을 내렸을까?’핵·경제 병진노선’의 종결에 대하여는 상반된 의견이 존재하지만, 대체로 ‘핵 무력 완성’ 주장이라는 해석이 주류가 된 듯하다. 그러나 이는 당과 국가 전반 사업의 사회주의 경제건설로의 전환이 갖는 의미를 간과하는 것이다. 이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선언의 핵심으로  ‘핵·경제 병진노선’의 종결도 이와 연관지어 해석해야 한다.그렇다면 사회주의 경제건설로의 전환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40년 전 중국 공산당의 11기 3중전회를 떠올려야 한다. 이 자리에서 중국의 개혁·개방이 결정되었는데, 당시 개혁 선언의 원어는 개혁·개방이 아니라 ‘전체 당 사업의 중점과 전국 인민 관심의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로의 전환’이었다.약간의 표현의 차이를 제외하면 조선노동당의 결정과 중공 11기 3중전회의 선언은 기본적으로 같다. 그렇다면 북한이 중국과 마찬가지로 개혁·개방을 선언한 것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정치 스크랩 화연그룹화연엔터 2022.02.05 추천 0 조회 1266
지난 100년간 총독부 통치와 독재 정권을 경험한 한국인들은 ‘국가’라는 통치기구가 잘못 작동하면 국민이 큰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국가의 과잉으로 힘들었던 우리와 달리 17세기 유럽은 국가의 결핍을 자신의 문제로 절감했다. 그들에게 올바른 국가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해결책이었다. ‘국가 만들기’를 화두로, 자신의 사상을 구축한 인물이 바로 토머스 홉스다. 홉스의 사상은 ‘절대권력 옹호론’으로 알려져 있다. 공교롭게도 홉스의 책 <리바이어던: 교회국가 및 시민국가의 재료와 형태 및 권력>(진석용 옮김, 나남신서 펴냄)을 극찬한 이는 나치 독일의 이데올로그 정치철학자 칼 슈미트였다. 책을 들여다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소문처럼 권력자만을 옹호하는 책은 아니다. 홉스의 사상도 시대의 산물이었다. 홉스가 절대권력의 출현을 염원한 데는 권력의 공백이 불러오는 참상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홉스의 시대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대륙 전체가 전쟁으로 얼룩진 때였다. 홉스가 서른이 되던 해, 유럽은 ’30년 전쟁’으로 빠져들었다. 30년 전쟁(1618~1648년)은 로마 가톨릭교회를 지지하는 국가들과 프로테스탄트를 지지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벌어졌다. 유럽 전역에 걸쳐 약 800만 명의 희생자를 낳았을 정도로, 잔혹한 전쟁이었다. 영국에서는 내전이 발생했다. 내전은 1942년에 시작되어 1951년까지 이어졌다. 국왕을 지지하는 왕당파와 국왕의 일방통행을 반대한 의회파 사이에서 발생한 내전이었다. 내전 결과, 의회파가 승리해 찰스 1세는 처형당했다. 의회파는 올리버 크롬웰을 호국경으로 삼아 영국 연방을 세웠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크롬웰이 죽은 후 다시 제임스 2세가 집권하고, 또다시 왕당파와 의회파의 대립이 격화되었고, 갈등은 결국 명예혁명까지 20여 년이나 이어진다. 영국 내전은…
정치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11.11 추천 0 조회 929
플라톤(Platon)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죽음 이래, 무법 사회이며 파당 정치의 무대가 되고, 선동과 테러가 난무하는 아테네의 몰락을 직시하면서 국가를 재건할 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그는 이 문제의 해답을 ‘좋음의 이데아’에서 찾았다.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현실적인 국가를 넘어 완전한 국가의 ‘본’을 찾고자 한 것이다.당시의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에서 그는 모든 시민이 행복할 수 있는 ‘정의로운 나라’를 염원하면서 《국가론》에서 이상 국가의 설계도를 제시한다. 이상적인 나라의 핵심 요소는 ‘철인 왕’이다. 플라톤은 철학적 이성과 통치 권력이 결합하지 않는 한, ‘아름다운 나라’가 건설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국가론》에서 보여 준 그의 형이상학, 영혼론, 교육론 등은 모두 이 ‘철인 왕’ 통치를 위해서 동원된 수단들이다. ‘철인 왕’ 안에서 그의 모든 철학적 이론들이 용해되어 있다.그가 제창한 ‘좋음의 이데아’는 국가 통치의 원리가 되고, 이 원리에 따를 때 정의로운 이상적 국가는 탄생한다. 플라톤은 인간들의 이기심과 야만성이 배제된 진정한 사회 윤리, 정의, 공평함 그리고 행복을 위한 국가 건설을 목표로 했다. 무엇보다 그가 국가 재건의 가능성을 찾은 지점은 ‘정치’가 아니라 바로 ‘교육’이었다.도덕은 지식이다《국가론》에 담긴 플라톤의 기본 이념은 ‘도덕은 지식이다(virtue is knowledge)’라는 소크라테스의 교리를 그대로 본뜬 것이었다. 이 명제가 의미하는 것은 인간들이 실체적이고도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선(善)을 당연히 실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the good)은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이 접하느냐에 달려 있다. 많이 접한다는 것은 많이 아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지식을 뜻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식이 많은…
철학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11.09 추천 0 조회 1201
최근 중국 당국은 기존의 투자, 소비, 수출 중심의 수요 촉진 정책만으로는 더 이상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중국은 작년부터 과잉 생산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중심 개혁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주축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공급측 개혁 ‘이 노동에 주는 의미는 기업의 혁신과 구조조정에 따른 대대적인 해고다. 시진핑 신자유주의적 개혁이다. 중국은 향후 기업의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석탄 부문 노동자 130만 명, 철강 부문 노동자 50만 명을 감원할 예정이며, 정리 해고자 당수가 석탄, 방직, 기계, 군수 시설 분야 종사자이다. 향후2~3년 안에 5대 산업 500~600만 모의 노동자가 해고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이미 몇 년 전부터 경기 하락과 함께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대규모 석탄, 철강 기업이 밀집한 동북3성의 경우 경제 성장률이 전국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헤이룽장성의 경우 2015년 GDP가 -0.29%로 이미 경제 경착륙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노동자 임금과 연금 등 각종 사회 보험 체불 현상은 일상이 되었다. 룽젠 광산 기업의 경우 노동자 임금이 이미 40% 삭감되었고 6개월간의 임금과 2년간의 사회 보험비가 지급되지 않았다. 최근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과 항의가 빈번하게 일어났고, 지역 주민들의 민심은 바닥에 떨어졌다. 이를 잘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건이 올해 홍콩 매체를 통해 보도된 헤이룽장 쐉야산 룽메이 그룹 노동자들의 시위이다.룽메이 그룹은 헤이룽장성 4개 지역에서 25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석탄 기업이지만…
정치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11.04 추천 0 조회 1030
중국에 대한 많은 신화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의 마오쩌둥에 대한 평가에 관한 것이다. 중공이 마오쩌둥의 공과 과를 7대 3으로 평가했다는 그것이다. 선호에 따라 전면적으로 부정하거나 심지어는 누구를 ‘반신반인’이라고 할 정도로 절대적으로 추종하는 우리나라의 세태에 대한 비판으로 자주 인용된다. 단언하건데, 중공은 결코 마오쩌둥의 공과가 7대 3이라고 평가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왜 중공이 마오쩌둥의 공과를 7대 3으로 평가했다는 신화가 정설처럼 되어 있을까?‧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난 것은 아니다. 아무런 근거가 없이 나온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두 가지 서로 다른 사실이 혼재되어 마오쩌둥의 공이 7이고 과가 3이라는 신화가 만들어졌다. 무슨 말이냐고? 중공의 마오쩌둥에 대한 공식적 평가와 마오쩌둥의 후대의 자신에 대한 평가에 대한 바람이 뒤섞여 중공이 마오쩌둥을 공이 7이고 과가 3이라고 평가했다는 신화가 만들어졌다. 중공의 마오쩌둥에 대한 공식적 평가는 1981년 중공의 11기 6전회에서 통과된 “건국 이래 약간의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이하 건국 이래 역사결의)에서 이루어졌다. 건국 이래 역사결의는 문화대혁명(이하, 문혁)에 대하여 정리하고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중공은 건국 이래 역사결의에서 문혁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였다. 그렇다면 문혁에 대하여 가장 주요한 책임이 있는 마오쩌둥도 비판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런데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마오쩌둥에 대한 비판은 공산당과 국가의 정통성에 대한 부정을 초래할 수 있는 민감한 문제였다. 그렇다고 개혁과 국가의 전환을 위해서는 문혁을 부정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당과 국가의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오쩌둥의 위신을 유지하여야 하지만, 개혁을 위해서는 마오쩌둥의 위신을 손상시킬 수밖에 없는 문혁을 부정해야만 하는 모순적인 과제에 봉착한 것이었다. 거기에서 공이 7이요 과가 3이라는 논리가 나온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중공은 마오쩌둥의 위신 유지와 문혁 부정이라는 모순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몇 가지 원칙을 정한다. 우선은…
정치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11.03 추천 0 조회 1394
[번역자 주] 많은 매체들의 보도는 중국을 ‘인권침해국가’로 지목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인식도 그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것은 일정 정도의 진실을 반영하고 있기도 할 것이다. 이 번역의 목표가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침해 사안을 부정하고 반박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을 포함해 인권침해가 없는 사회는 없다. 문제는 구체적인 해석에 있다. 무엇을 인권침해로 인식할 것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인권을 어떻게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할 것인가. 서구 사회의 기준에만 의거해 ‘인권침해’라고 낙인 찍는 방식은 실제로 인권을 증진시키는 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떠한 상태가 인권이 증진된 상태인가도 논쟁적이다.) 그래서 여전히 문제는 구체적 인식과 구체적 해석에 있다. ​잘 알려져 있듯 중국에서는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여성운동가들이 구금되고 활동이 금지되기도 했다. 소위 ‘인권운동가’들도 비슷한 고난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논쟁적인’ 글들이 삭제되는 것은 다반사다. (무엇이 ‘논쟁적’인지는 ‘그들’만이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작년에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동성애 관련 내용이 금지 목록에 올랐다가 여론의 항의를 받던 중 <인민일보>의 이 평론 발표 후 정책이 번복되기도 했고, 올해에도 여성 동성애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인터넷 게시판이 당국에 의해 폐쇄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이런 현실에서 2018년 4월 <인민일보>가 동성애를 지지하는 평론을 발표했다는 사실은 한참 모순적으로 보인다. <인민일보>에서 동성애 지지 평론을 발표했다는 것은, 중국공산당 공식 기관지라는 위상을 놓고 봤을 때,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동성애를 지지하는 입장을 발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사건’이다. 심지어 작년 11월 유엔의 보편적 정례인권보고(UPR)에서 중국 정부는…
정치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10.27 추천 0 조회 786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27일 미국이 소위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규합하는 것은 인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은 자신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가져야 하고 걸핏하면 민주주의의 대변자로 자처해선 안 된다고 일침했다.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26일 미국 주도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냉전적 사고라며 이는 미국의 이념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들을 겨냥해 발동한 ‘신십자군전쟁’이라고 주장했다.화 대변인은 이날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관점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면서 “미국이 이른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규합하는 실질은 이데올로기로 선을 긋고 집단정치를 벌이는 것으로 분열과 대립만 일으킬 뿐이며,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으로 인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화 대변인은 “우리가 수차례 말했듯이 민주주의를 판단하는 핵심은 국민의 기대와 필요, 열망에 부합하는지와 국민에게 실제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여부이지 구호만 외치는 것이 아니며 실제 효과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1%가 소유하고, 1%가 다스리고, 1%가 누린다. 이것이 민주주의인가? 미국 정치는 분열되고, 극단화되었으며, 하나의 미국은 다른 미국을 반대하고, 정부 지지율이 채 50%도 되지 않는다. 이것이 민주주의인가? 국민을 속이고 국민의 신뢰를 남용하고 각종 공약을 난발하고 실행하지 않는다. 이것이 민주인가? 거짓말과 유언비어를 날조해 외국에 전쟁을 일으켜 보통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고 빈곤에 빠뜨리면서 방산업체나 대자본가들의 배를 불려준다. 이것이 민주주의인가? 무수히 많은 조지 플로이드를 경시해 숨을 쉴 수 없게 만들고 무수히 많은 민간인을 경시해 총기 폭력으로 죽게 만들면서 정부는 복지부동하다. 이것이 민주주의인가? 자신이 잘사는…
정치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10.20 추천 0 조회 1923
18일 열린 외교부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보도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 10월 15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워싱턴 연설에서 미국의 대(對)중 입장은 명확하며, 미국은 필요하다면 중국과 경쟁하고, 미국과 전 세계 이익에 부합할 경우에는 중국과 협력도 하며, 필요하다면 중국에 도전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를 어떻게 보는지”라고 질문했다.이에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해당 발언은 늘 말하던 이른바 ‘경쟁’ ‘협력’ ‘대립’을 다시 언급한 것이지만, 그 본질은 경쟁을 내세워 중국을 제압하려는 ‘속임수’”라며, “그 저변에는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 경쟁상대로 보는 잘못된 인식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자오 대변인은 또 “중국과 미국의 상호인식 및 상생 방안은 양국 국민들의 근본 이익과 직결되고, 지역 국가와 국제사회에서도 촉각을 기울인다”면서, “중국은 일관되게 중미 양국이 폭넓은 공동이익과 거대한 협력공간을 가지고, 경제무역 등 분야에서 분명 경쟁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경쟁’으로 중미 관계를 전부 정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 “미국이 계속해서 중국을 폄하하고 먹칠하는 것은 ‘경쟁’이 아니고 또 탈동조화로 공급을 중단하고, 국가안보를 핑계로 중국 기업을 압박하는 것도 ‘경쟁’이 아니며, 중국 주변에서 계속해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각종 반중 ‘소그룹’을 조직하는 것 역시 ‘경쟁’이 더욱 아님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자오 대변인은 “미국은 냉전 제로섬 사고를 버리고, 중국과 중국 발전을 올바르게 바라보며, 중미 관계의 호혜윈윈적 본질을 깊이 인식해, 이성적이고 실무적인 대중 정책을 취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중국과 함께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고, 호혜협력을 확대하며, 원만한 이견 조정으로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윈윈의…
정치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10.20 추천 0 조회 1830
국제사회는 중국 5개년 계획에 주목하면서 대중(對中) 협력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국 특색 사회주의 민주정치 실천 성과를 더욱 이해할 수 있다. ‘14·5’(제14차 5개년 계획)와 2035년 장기 비전 목표 강요에 집중한다면 계획 건의 초안부터 계획 강요 초안 편제를 비롯해, 올해 전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대표위원의 계획 강요 초안 심사 논의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중국식 민주주의의 생동적 실천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왜 중국식 민주주의는 통하는 데다 효과까지 있을까? 이 문제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대와 현대는 물론 국내외 여러 실천 사례를 통해 인민이 주인되는 것을 보장하고 지지하며, 합법적 선거로 인민 대표가 국가 및 사회 생활에 동참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선거 외 제도와 방식으로 인민들이 국가 및 사회 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는 것을 보여준다. 서방 일부 국가의 민주적 실천에서 인민들은 그저 투표권만 있지 폭넓은 참여권은 없기 때문에 투표 당시에만 고민할 뿐 투표 후에는 수면 상태에 빠져 버린다. 이러한 형식주의적 민주주의가 초래한 국가 관리의 국한성은 당연할 결과일 뿐 아니라 피할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반드시 모든 것을 인민에 의지하고 인민을 위하는 것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을 통해 중국식 민주주의가 인민이 주인되는 것을 보장하고 지지할 뿐 아니라 민중의 지혜와 역량을 거버넌스 효능으로 전환해 수많은 인민들의 획득감, 행복감, 안전함이 더욱 충만하고, 보장되고 지속되었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를 주시하는…
정치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10.19 추천 0 조회 2498
중국 일대일로가 던지는 질문미·중 무역전쟁은 무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제4차 산업혁명을 누가 주도할 것이냐 하는 기술 표준 전쟁이요, 글로벌 정세의 주도권을 둘러싼 헤게모니 전쟁의 성격도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중국식 세계화 전략에 대한 미국의 ‘응징’이라는 속성도 있다. 그래서 주목을 받는 게 바로 일대일로의 사상적 바탕인 ‘천하주의(天下主義)’다. 중국의 철학 담론인 천하주의가 요즘 중국 학계의 뜨거운 화제로 등장한 이유다. 논쟁 속으로 들어가 보자.시진핑이 국가 권력을 장악한 건 2012년 열린 제18차 당대회에서였다. 당 총서기로 오른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소련 공산당 해체의 원인을 찾는 것이었다. 결론은 부패, 그리고 이념의 동요였다. 집권 이후 줄곧 ‘부패와의 전쟁’을 치른 것도,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당 건설’에 나선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공산주의 이념과 규율을 엄격히 적용함으로써 당의 정치력을 회복하겠다는 뜻이다.시진핑의 또 다른 국가 사업은 ‘중국몽(中國夢)’과 ‘일대일로’다. 중국몽은 ‘중화민족의 위대했던 시기를 복원하겠다’는 국가 비전이었고, 일대일로는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복원하는 새로운 중국식 세계화를 뜻했다. 반부패와 당 건설, 그리고 중국몽과 일대일로. 이들은 서로 뿔뿔이 흩어져 진행되는 듯하지만 사실은 하나의 철학적 담론으로 모아진다. 학계의 뜨거운 토론 주제로 등장한 ‘천하주의’가 그것이다. 천하주의는 ‘인종 및 지리적 경계를 초월하는 문화와 가치 체제(a regime of culture and values)’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중국식 코스모폴리타니즘’인 셈이다. 반부패와 당 건설은 이를 위한 내적 역량의 결집 작업이었고, 일대일로는 천하주의의 표현이다. 강했던 한(漢)나라, 융성했던 당(唐)시기를 복원하자는 중국몽은 천하주의의 목표로 해석할 수 있다.2005년 자오팅양(趙汀陽)…
정치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10.15 추천 0 조회 3008
우이판(크리스)의 체포는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사전 통보에서 베이징시 경찰은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확실히 밝혔다. 하지만 나는 그의 행동이 철저히 조사되어 사실로 밝혀지리라고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에 대한 두메이주(都美竹)의 고소 내용을 보면 확실히 성폭력 사건이 성립된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로부터 어떠한 객관적인 증거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지인의 성폭력과 권력 침탈은 여전히 법적으로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더구나 우이판은 톱스타이고, 경찰은 분명 조사 압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만약 경찰이 수사하지 않는다면 피해자와 대중은 방법이 없다.연예 잡지 표지에 실린 우이판이는 놀라운 승리이다. 이 사건에서 경찰 당국은 우리가 주장해온 것들을 받아들였고, 이로 인해 우이판의 지지자와 반대자에게 승패가 갈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순간에 대한 축하는 궁극적으로 강대하고 지배적인 정부 권력을 다소간 칭송하는 것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권력은 결코 아니지 않은가.나는 친구들과 함께 축하의 시간을 보냈다. 그날 밤 페미니스트들의 그룹채팅방에는 홍바오 폭탄(중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SNS 위챗의 기능으로, 용돈을 랜덤으로 퍼뜨릴 수 있다. 중국의 전통문화적 요소와 결합된 세배돈 기능 같은 것이라 볼 수 있다.)이 쏟아졌다. 듣자하니 내가 보낸 홍바오가 누구보다 많았다고 한다. 어쩌면 실형 선고를 받지 않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우이판은 이제 더 이상 그의 신전으로 돌아올 수는 없을 것이다. 우이판은 지금까지 미투운동이 쓰러뜨린 가장 유명한 인물이며, 이 성취로 인해 거리 곳곳에서는 “우이판이 구속됐다”는 말이 나올…
정치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10.13 추천 0 조회 3316
이슬람 테러리즘이 발생하면 으레 이런 말이 따라붙는다. “저 테러리스트들은 이슬람의 가르침을 왜곡하며, 이슬람을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이용하는 이들에 불과하다.” 무슬림이 아닌 논자들이 이런 말을 할 때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탈레반에게 위의 이야기를 풀며 논쟁을 시도해 본다고 생각해 보자.그들은 자신들 신념이 얼마나 굳건한지를 과시할 것이고, 다른 무슬림들이 타락한 삶을 살고 있다고 비난할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구도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우리는 “공산주의는 그저 붉은 자본가들이 권력을 위해 던지는 수사에 불과하다”는 말을 으레 한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의 충실한 당원이 이런 말을 듣는다면 중국의 현재 자본주의적 체제가 공산주의적 비전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일장 연설을 늘어놓을 것이다.요는 탈레반이 믿는 것이 진짜 이슬람인가, 중국 공산당이 주장하는 것이 진짜 공산주의인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은 그 신념을 따르고 있다고 그들이 강하게 믿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신념이라는 이름의 인식 틀은 가치 평가 기준을 만들고 명분을 형성하고, 거기서 최종적인 행동이 발생한다.우리는 자신의 상식에 심히 배치되는 이들을 보면,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는 한다. 상대방의 세력이 더 클수록 그러하다. 우리의 인식 틀에 비춰 보았을 때 저런 말도 안 되는 신념을 제정신으로 믿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러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을 광인이거나 혹은 우리에게 쉽게 납득되는 ‘이득’을 위해 신념을 ‘이용’하는 사람으로 설명한다.하지만 상대방도 우리를 볼 때 마찬가지로 생각한다는 사실은 망각된다. 빈 라덴은 미국이 주장하는 성평등의 진짜 목적은 여성을 이윤을…
사회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10.12 추천 0 조회 2677
※ 이 글은 2021년 7월 17일 플랫폼c가 주최한 월레포럼 ‘정치화된 바이러스’에서 빈곤사회연대 정성철 사무국장이 발표한 발제와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입니다.발표1 : 거리 홈리스와 백신 불평등 / 빈곤사회연대 정성철발표2 : 모두를 위한 공공의료 333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박경득발표3 : 코로나19와 자본주의, 의료공공성 /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사회 : 플랫폼c 박상은 「거리 홈리스와 백신 불평등」 발표정성철 : 현재 통상적인 백신 접종의 과정은 인터넷 예약 → 문자 확인 → 접종 → 자가 휴식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홈리스의 경우, 상황이 양호한 분들조차 피쳐폰이나 신분증만 갖고 있는 정도가 최대한이라서 대부분의 홈리스는 이러한 접종 과정을 거치지 못한다.다행히 지난 1월 28일 정부는 「코로나 취약시설 대상 백신접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노숙인 거주 및 이용시설 입소자 이용자 종사자”이라는 이름 하에서 18,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대량 백신접종 계획을 세웠고, 서울시에서는 시설 이외 거리홈리스 대상으로도 4월 21일부터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하지만 홈리스행동에서 5월 중 아웃리치를 통해서 거리홈리스 백신접종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접종률이 29.7%밖에 달하지 못했다. 백신접종에 대한 가짜정보가 유행함은 물론, 접종 자체에 대한 소식도 잘 전달되지 못해 법적으로는 접종가능 대상에 들어오는 분들 중에서 어디서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모르는 분들도 많았다. 이 분들은 백신 접종에 관련해서 우려되는 사항으로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때 적절히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 29.7%, “접종 후 휴식을 취할 장소가 없는 것” 27.7% 등의 이유를 들었다. 또한 기타의견에는 “기존 질환이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 “기저질환 있고 관리 안되는 상태에서 맞으면 큰일날까봐” “건강유지가…
사회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10.08 추천 0 조회 1306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香港市民支援愛國民主運動聯合會; Hong Kong Alliance in Support of Patriotic Democratic Movements of China; a.k.a. 지련회) 상무위원회가 1989년 창립 이래 32년만에 해산을 결의하였다.지난 8월 21일 해산 여부에 대한 내부 토론을 거친 지련회 상임위원회는 오는 9월 25일, 해산안에 대한 회원단체 투표에 들어가기로 했다.또한 지련회는 웹사이트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게시물을 모두 삭제하고, 계정 운영을 중단했다. 30년 넘게 매년 개최해온 집회 관련 동영상, 1989년 중국 천안문 시위 생존자와 피해자 가족 인터뷰 자료 등 수천 건이 지워졌다. 이는 경찰 당국의 명령 때문인데, 경찰은 “지련회의 게시물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가 불법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런 방식의 포괄적이고 모호한 설명은 시민사회의 혼란과 운동의 위축을 야기한다.기실 지련회 해산은 그 수순이 예고된 것이었다. 2020년 7월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된 후, 지련회 주석 리척옌(李卓人)은 지련회가 갖고 있는 모든 개인정보를 파기하고, 그간 지련회의 여러 출판 활동 결과물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높은 탄압의 시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진지를 지키며 우리가 갖고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이미 일종의 항쟁입니다”라고 덧붙였다.해산을 추진하겠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홍콩 경찰은 지련회에서 활동하던 여러 활동가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지난 8월 25일 경찰로부터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지련회 활동가들은 열흘이 지난 9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요구하는대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활동가들은 “지련회는 외국세력의 대리인이 아니”며, 경찰이 아무 증거 없이…
정치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10.03 추천 0 조회 506
※ 역주 : 지난 4~6월 중화권 인터넷에는 ‘탕핑’, ‘탕핑족’, ‘탕핑주의’ 등의 신조어들이 등장해 여론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 글은 「躺平:城市新贫困阶级的非暴力不合作运动」을 번역한 후 적절히 교정한 것으로, ‘탕핑’에 대한 해설이다. 저자는 대륙에서 활동하는 익명의 필자로, 짐작컨대 <적과 흑>에 나오는 줄리앙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저자 나름의 해석이 개입되어 있으므로 ‘탕핑’ 논란에 대한 입장 중 하나로 참고해볼만하다고 여겨 플랫폼c에 소개한다.글 : 줄리앙번역 :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탕핑(躺平)’은 이번에 처음 등장한 신조어는 아니다. 일찍이 2011년, 중국의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커뮤니티(百度贴吧)에 ‘반혼바(反婚吧)’라는 게시판이 만들어졌을 때 이미 등장한 바 있다. 2016년에는 연예인 팬덤 내부에서 ‘탕평임조(躺平任嘲; ‘아무렇게나 누워 비웃다’)’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역주 : 당시 이는 “열성 팬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마라”, “그냥 비웃기나 해라” 정도의 뉘앙스를 가졌다. 예를 들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등장했다면 애꿎은 스타일리스트 탓하지 말고 그냥 누워서 빈정거리기나 하자”는 뉘앙스를 뜻했다.] 또 선전의 임시직 노동자 집단 ‘싼허다션(三和大神)’의 이틀 일하고 닷새 쉬는 삶(做二休五)에 대한 조롱과 자조 섞인 풍자 글들에서 ‘탕핑’은 이들 대도시 신세대 농민공들이 구조적인 착취에 저항하고자 취했던 일종의 독특한 생활 방식이기도 했다.[역주 : ‘싼허다션’의 “이틀 일하고 닷새 쉬는 삶”은 결코 유유자적하는, 아름다운 삶을 뜻하지는 않는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중국 연안지대의 대도시에서의 일자리도 그만큼 축소되고 있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 나아가 신세대 농민공들이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삶을 개선하기 어려워 자조하게 되는 현실을 반영한다. 싼허다션의 이와…
정치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10.02 추천 0 조회 422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8월 12일 ‘전면적 샤오캉 사회 실현: 중국 인권사업 발전의 눈부신 장’ 제하의 백서를 발간했다.중국은 백서에서 “전면적 샤오캉 사회 실현은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가 인민의 복지 증진과 인권 보장 수준 향상, 국가 현대화 달성을 위해 실시한 중요한 국가 발전 전략”이라면서 “중국의 전면적 샤오캉 사회 실현은 인권 기초와 인권 내실을 다졌으며 인권 시야를 넓혔고, 중국 인권사업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인권의 전면적 발전과 전 국민 공유를 의미하며, 인간 존중과 인권 보장의 기적을 창조했다”고 자평했다.또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실현은 인권사업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고, 절대 빈곤을 퇴치해 기본적인 생활 수준의 권리를 보장했으며, 발전으로 인권과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증진했고, 법치를 실행해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를 수호했으며, 사회 공평을 촉진해 특정 집단의 권익을 보장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백서는 “중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약 20%를 차지한다. 중국의 전면적 샤오캉 사회 실현은 세계 인권사업 발전사의 중요한 이정표”라면서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실현의 위대한 과정에서 중국이 창조한 인권 존중과 보장의 성공적인 방법과 경험은 인류의 행복 증진에 중국 지혜를 기여했고 중국 방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백서는 “인권 보장은 더 나은 것만 있을 뿐 최선은 없다”면서 “전면적 샤오캉 사회 실현은 중국 인권 발전 진보의 새로운 출발점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면적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하는 새로운 여정에서 중국 공산당은 새로운 발전 단계를 파악하고 새로운 발전 이념을 관철해 새로운 발전 구도를 구축하고 질적 발전을 추진하면서 계속해서 인민들을…
국제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09.27 추천 0 조회 1048
(1) 불법 전쟁 일으켜 세계 질서 교란미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전쟁을 좋아하는 국가이다. 1776년 독립 선언 이후 240여 년의 역사 중 미국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기간은 20년이 채 안 된다. 불완전한 통계에 따르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2001년까지 세계 153곳에서 248차례의 무력 충돌이 일어났으며 그중 미국이 일으킨 것만 201차례로 81%를 차지했다. 미국이 참여한 이 전쟁들 중에는 유엔을 조종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합법적 루트’를 통해 대외적으로 군사적 타격을 가하는 경우도 있고, ‘인권’을 명분으로 제멋대로 ‘불법 전쟁’을 일으킨 경우도 많다.냉전 이후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 가장 많이 군사력을 행사했다. 유엔 안보리의 승인을 받지 않고 심지어 미 의회의 승인조차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미 정부는 아프간,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등의 전쟁을 일으키거나 참여해 무수한 생명을 앗아갔으며 셀 수 없이 많은 민간인이 죽거나 다치고 재산 피해를 초래했다. 수천만 명이 터전을 잃고 세계 난민으로 전락했으며 지역민의 생명권, 생존권, 발전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끔찍한 인도주의적 재앙을 일으켰다. ‘천부적 사명’의 미국이야말로 세계를 교란하는 장본인임이 드러났다.(2) 제재 몽둥이 휘두르며 권력 횡포 부려일방적인 제재는 미국이 오랫동안 자신의 강권 지위에 의존해 정치적 횡포를 부리는 중요한 무기였다. 오랫동안 미국은 이란,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에 대해 일방적인 제재를 강행해 이들 국가에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했다.미국은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일방적으로 선언한 뒤 대이란 제재를 재개하고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중동의 코로나19 상황이 날로 심각해졌음에도…
국제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09.27 추천 1 조회 1061
파라그 카나는 점점 더 아시아인들이 실용적이고 결과 지향적인 통치를 선호하고 있으며 정치인들보다는 공무원의 지배를 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한다영원히 기억될 2016년 이후, 대부분의 논평가들은 2017년에 유럽에서 더 많은 포퓰리즘 선거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것을 기정사실화했으며, 트럼프의 계획된 무역정책으로 인한 세계적 여파는 말할 것도 없다.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이 맞물려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촉발시킨 민족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세계가 가고 있다고 가정하기는 너무 쉽다.그러나 서방세계에게 참인 것이 정부가 일반적으로 실용주의적인 노선을 견지해 온 동양을 무너뜨릴 이유는 없다. 그 차이는 단지 정치 그 이상이다; 그것은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서구 민주주의가 삐걱거리고 있는 동안, 아시아의 더 기술관료적인 정부들은 기반 시설, 교육 및 일자리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은 아시아와 세계 모두에게 좋다.서양에게 참인 것이 동양을 탈선시킬 이유가 없다.서구와 특히 미국의 이야기에서, 깊은 안일함이 만연하여 정치와 통치, 민주주의와 전달, 그리고 과정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다. 좋은 정부들은 똑같이 입력과 출력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의 합법성은 정부가 선출되는 과정과 시민들이 보편적으로 원하는 것을 전달하는 과정, 즉 견고한 인프라, 공공 안전, 깨끗한 공기와 물, 신뢰할 수 있는 교통, 사업하기 쉬운 환경, 좋은 학교, 질 좋은 주택, 신뢰할 수 있는 육아, 표현의 자유, 일자리에 대한 접근, 그리고 시민들이 보편적으로 원하는 것을 전달하는데 있다. 아시아의 기술 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런 일들을 하는 데 지연하는 것은 그 자체가…
정치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09.26 추천 0 조회 1464
우리는 지금 ‘중세’로 회귀하는 걸까요?장대익 교수가 첫 번째 말문을 열었다. 장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를 졸업하고 서울대 과학사및과학철학협동 과정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런던정경대학(LSE) 과학철학센터에서 생물철학과 진화심리학을 연구했다. 최근 한국 지식사회에서 큰 관심을 모은 <통섭>(사이언스북스 펴냄)의 역자이기도 하다.장대익 교수는 2006년 7월부터 1년간 미국 보스턴에 있는 터프츠대 인지연구소에서 대니얼 데닛 교수와 함께 연구를 했다. 이 첫 번째 편지는 그 당시에 초고가 작성된 것이다. <편집자>신재식, 김윤성 선생님께별고 없으신지요. 한국엔 제법 큰 눈이 왔다지요? 여기 보스턴에 온 지 벌써 넉 달이 넘었습니다. 듣기로는 여기에 눈이 많이 오면 1미터 정도 쌓여서 학교도 휴교하고 그런다는데 아직은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이제 며칠 후면 크리스마스입니다. 여기서는 10월 말에 핼러윈(만성절 전날인 10월 31일에 행해지는 축제 : 필자), 11월 말에 추수감사절, 그리고 12월에는 크리스마스…. 하나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홀리데이(Holiday)를 준비하는 식입니다. 11월에 추수감사절이 끝나니까 바로 거리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걸리더군요.물론 이 모든 절기들이 상술로 포장된 지 오래지만 미국은 적어도 문화적으로는 ‘기독교 국가(Christian nation)’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종교 정체성 조사 결과(2001년에 이루어진 것입니다.)를 보니까,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미국 국민의 76.5%, 무종교라고 답한 사람은 13.2%, 유대교는 1.3%, 불가지론자는 0.5%, 무신론자는 0.4%였습니다(☞결과 보기). 불가지론자와 무신론자를 합해도 1%가 넘지 않고, 기독교는 80% 정도나 되니 미국은 정말로 기독교 국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바로 몇 달 전(2006년 9월)에 있었던 갤럽 조사 결과는 더…
과학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09.25 추천 0 조회 2239
동남아시아 국가는 태국을 제외하고 모두 서구 열강과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는 점에서 유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독립 이후에는 민주주의, 준민주주의, 권위주의 등 다양한 정치체제로 발전하였다. 동남아시아 국가가 과거 대부분 군주제나 왕정을 토대로 하는 권위주의 국가였다는 점에서 이러한 전개는 매우 흥미롭다. 이 글에서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정치체제가 이렇게 다양하게 발전한 이유를 살펴보며, 정치체제별 국가의 특징과 민주주의 전환의 조건을 알아보고자 한다.동남아시아에는 필리핀,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11개 나라가 있다. 이 나라들은 태국을 제외하면 2차 세계대전 끝날 때까지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서구 열강들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2차 대전 중에는 일본의 지배를 받는 등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데 독립 후에는 민주주의부터 권위주의까지 다양한 정치체제를 수립하였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동티모르는 야당이 참여하는 경쟁적인 선거로 정치 지도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베트남과 라오스, 브루나이는 야당이 허용되지 않는 권위주의 국가이다. 한편 싱가포르와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에서는 야당도 허용되고 선거도 실시되지만 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여 집권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능성이 매우 낮은데, 이들은 완전히 민주주의도 아니고 권위주의라 하기도 어려워서 준민주주의(semi-democracy)라 불린다.더욱 흥미로운 은 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과거에는 거의 모두 군주제나 왕정을 기본으로 하는 권위주의 국가였지만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은 준민주주의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은 민주주의로 전환하였다는 사실이다. 비슷한 역사를 경험한 동남아시아 나라들이 이처럼 다양한 정치체제를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어떤 나라는 여전히 권위주의로 남아있는데, 어떤 나라는 준민주주의로, 어떤 나라는…
국제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03.10 추천 0 조회 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