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성인 ] 플라톤의 교육 사상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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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물] 정대성
작성일
2021-11-09 08:51
조회
1726

플라톤(Platon)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죽음 이래, 무법 사회이며 파당 정치의 무대가 되고, 선동과 테러가 난무하는 아테네의 몰락을 직시하면서 국가를 재건할 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그는 이 문제의 해답을 ‘좋음의 이데아’에서 찾았다.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현실적인 국가를 넘어 완전한 국가의 ‘본’을 찾고자 한 것이다.

당시의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에서 그는 모든 시민이 행복할 수 있는 ‘정의로운 나라’를 염원하면서 《국가론》에서 이상 국가의 설계도를 제시한다. 이상적인 나라의 핵심 요소는 ‘철인 왕’이다. 플라톤은 철학적 이성과 통치 권력이 결합하지 않는 한, ‘아름다운 나라’가 건설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국가론》에서 보여 준 그의 형이상학, 영혼론, 교육론 등은 모두 이 ‘철인 왕’ 통치를 위해서 동원된 수단들이다. ‘철인 왕’ 안에서 그의 모든 철학적 이론들이 용해되어 있다.

그가 제창한 ‘좋음의 이데아’는 국가 통치의 원리가 되고, 이 원리에 따를 때 정의로운 이상적 국가는 탄생한다. 플라톤은 인간들의 이기심과 야만성이 배제된 진정한 사회 윤리, 정의, 공평함 그리고 행복을 위한 국가 건설을 목표로 했다. 무엇보다 그가 국가 재건의 가능성을 찾은 지점은 ‘정치’가 아니라 바로 ‘교육’이었다.

도덕은 지식이다

《국가론》에 담긴 플라톤의 기본 이념은 ‘도덕은 지식이다(virtue is knowledge)’라는 소크라테스의 교리를 그대로 본뜬 것이었다. 이 명제가 의미하는 것은 인간들이 실체적이고도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선(善)을 당연히 실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the good)은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이 접하느냐에 달려 있다. 많이 접한다는 것은 많이 아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지식을 뜻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식이 많은 사람이 권력을 맡게 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따라서 철학자가 권력을 맡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나아가 인간들의 공동생활과 협동적 활동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플라톤은 당시 도시 국가의 각종 문제를 공동체 전체 및 인간성 자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았다. 특히 정치가들의 무지와 무능이 민주주의의 명백한 재앙이라고 보았다. 당시 스파르타의 경우 군사 교육 일변도의 교육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공동체 전체의 문제가 된 것이다.

그래서 플라톤은 사람들이 무엇을 하도록 훈련할 것인가 하는 것부터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지식을 갖추는 것이었다. 당시 그리스의 도시 국가였던 아테네와 스파르타에선 격렬한 당파성과 당파적 이기주의로 도시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듦으로써, 공공 이익과 개인적 이익의 조화라는 이상 국가에 대한 환상이 깨져 버렸다.

플라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재산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의 경제적 이해의 불일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플라톤은 사유 재산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그리스 도시 국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가 사유 재산 제도를 완전히 폐기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빈부 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믿은 것은 틀림없다.

플라톤은 교육을 ‘하나의 위대한 사업’이라고 부르면서 공공적 복지를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중요시하도록 시민들을 교육하는 것이 통치자들에 대한 교육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라톤의 이상 국가에서 교육에 대한 강조는 루소가 ‘《국가론》은 정치적 저작이 아니라 교육에 관한 가장 위대한 저작’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비중이 매우 컸다.

플라톤의 관점에서 보면, 좋은 교육 제도를 가질 경우 거의 모든 것이 개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만약 교육이 무시된다면 국가가 행하는 다른 어떤 일도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된다. 따라서 불변적이고 유일무이한 ‘선’을 아는 철학자가 필요하며 이는 국가 운영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곧 전지전능함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객관적 기준이며, 경험이나 추측보다 우월한 것이다. 특히 정치가에게는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 되어야 한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변증법을 가리켜 ‘최상의 진리 탐구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사물의 실재를 정의하는 방법’, ‘모든 학문의 시금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말들은 모두 철인 왕 교육 과정의 마지막 단계를 기술하기 위한 것이며, 변증법은 교육 과정의 정점에 해당하는 최상의 진리를 위한 교육 방법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서 변증법은 무시케(mousike)를 교육 내용으로 하는 초기 교육과 교과 교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후기 교육을 거쳐 교육의 긴 과정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배우는 최고 수준의 교과이다. 변증법은 자신이 배운 것들을 조망하고 그것의 의미를 찾아가며 교육의 과정에서 형성된 마음이 무엇이고 지식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도록 한다.

무시케 교육은 교육 내용과 방법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교사의 존재와 가치에 대한 플라톤의 위대한 생각을 보여 주고 있다. 이야기와 음악으로 대표되는 그리스의 교육 내용은 인간 삶의 위대함과 길고 긴 진리의 여정에 입문하는 아동에게 보여 주고 들려주어야 할 이성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제시하고 있다. 도덕적 판단을 기준으로 교사는 이야기를 선별하고, 아동은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참된 삶의 면모를 볼 수 있게 된다. 음악은 아동이 아름다움을 친숙하게 받아들여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게 감각을 단련시켜 주며 절제와 조화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한다.

대화편 《파이드로스》에도 뮤즈 신에게서 오는 영감 또는 광기가 언급되어 있다. 신성한 광기는 후대인들의 교육을 위해 고대의 셀 수 없을 만큼 위대한 행위들을 찬양하면서 여리고 순결한 영혼을 붙잡아 그로 하여금 열정적 표현들 특히 서정시에 몰입하도록 격려한다. 오로지 기술만이 시인을 훌륭하게 만든다는 확신을 품은 채 뮤즈 신의 광기 없이 시가의 문 앞에 선 사람은 제정신으로 만든 작품들이 광기의 시가에 비하여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창작의 원천이 신성한 영감에 있다는 플라톤의 견해는 예술이 수단적 지식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이처럼 플라톤의 무시케 교육은 어린 시절의 모든 영혼이 감각을 통해 최상의 마음을 획득하도록 안내한다. 최상의 마음은 명백히 도덕성을 중요한 부분으로 삼고 있으며 이 점 때문에 예술 교육은 명백히 도덕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이때의 도덕 교육은 ‘도덕적’ 행위의 반복을 통하여 도덕적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매개로 하여 경이감을 학습하는 것이며 성격 전체에 최상의 통합성을 가져다주는 예술 교육으로서의 도덕 교육이다.

플라톤의 교육 과정은 선발과 제거를 통해 진행된다. 각 단계에서 제시된 교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그는 시가와 체육을 통해 조화로운 영혼을 지닌 시민을 양성하고자 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산수와 기하, 천문학, 화성학과 같은 수학을 통해 추상적 사고를 함양하게 하고, 변증법을 통해 교육의 최종 목적인 ‘좋음의 이데아’에 도달하게 한다.

그리고 식의 발달 과정에 적합한 교육 방법으로 세 가지가 제시되었다. 기초 교육에 적합한 ‘모방’, 철학의 예비 교육에 적합한 ‘놀이’, 철학 교육 수준에 사용될 ‘변증법적 방법’이 그것이다.

플라톤의 교육 철학은 매우 척박한 현대의 교육 현장에 많은 실천적 지혜를 제공해 주는 원천이다. 무엇보다도 국가와 교육, 교사의 역할에 있어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이데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희망적이다. 국가도, 개인도, 심지어 교육자도 ‘본’을 모범으로 삼아 근간을 세우며 지식 전수의 교육이 아니라 전인 교육을 지향한다. 플라톤은 모든 사람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천성을 발견하고, 그에 상응하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이라고 본다. 시대가 변화하고 개인의 역할이 분화될수록 그의 교육 철학은 오늘의 교육 현장을 비추는 빛이 될 수도 있다.

참고 문헌

  1. 플라톤, 2008, 조대호 역, 《파이드로스》, 문예출판사.
  2. 플라톤, 1993, 최현 옮김, 《플라톤의 국가론》, 집문당.
  3. 플라톤, 2013, 강윤철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명》, 스마트북.
  4. 조지 세이빈·토마스 솔슨, 1984, 성유보·차남희 역, 《정치사상사1》, 한길사.


 

읽은 것을 모두 기억하기를 바라는가?그것은 먹은 것을 모두 몸에 지니고 다니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쇼펜하우어 –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은 영국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평론가로 처음으로 영어사전을 만들어 영문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가 1775년 4월 18일 일행과 함께 친구의 저택을 방문했다. 그는 친구가 기다리고 있던 서재로 들어가 짧은 인사를 마친 후 몸을 돌려 책장에 꽂힌 책들의 제목을 눈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존슨 박사, 사람에게 책의 겉표지를 보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그러자 존슨이 대답했다. “이유는 간단하네. 우리에게는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지. 하나는 우리가 어떤 주제에 대해 ‘직접 아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련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라네.” 인류사를 돌이켜 보면, 인간은 이 두가지 지식 중에 ‘직접 아는 지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백과사전에서 어떤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보다 백과사전처럼 많은 것을 아는 이를 더 탁월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박학다식한 사람을 높게 칭송하며, 자신도 그렇게 되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에 이른바 ‘찾을 수 있는 지식’은 ‘직접 아는 지식’에 비할 바가 못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직접 아는 지식’ 못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지식’도 중요하며 반드시 함양해야 하는 지식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인간은 원래 망각의 동물이다. 기억연구의 대가인 독일의 심리 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에 따르면, 학습을 하고 10분 후부터 망각이 시작되며 1시간 뒤에는 50%, 하루 뒤에는…
철학 스크랩 안유민 2022.02.15 추천 0 조회 2512
플라톤(Platon)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죽음 이래, 무법 사회이며 파당 정치의 무대가 되고, 선동과 테러가 난무하는 아테네의 몰락을 직시하면서 국가를 재건할 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그는 이 문제의 해답을 ‘좋음의 이데아’에서 찾았다.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현실적인 국가를 넘어 완전한 국가의 ‘본’을 찾고자 한 것이다.당시의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에서 그는 모든 시민이 행복할 수 있는 ‘정의로운 나라’를 염원하면서 《국가론》에서 이상 국가의 설계도를 제시한다. 이상적인 나라의 핵심 요소는 ‘철인 왕’이다. 플라톤은 철학적 이성과 통치 권력이 결합하지 않는 한, ‘아름다운 나라’가 건설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국가론》에서 보여 준 그의 형이상학, 영혼론, 교육론 등은 모두 이 ‘철인 왕’ 통치를 위해서 동원된 수단들이다. ‘철인 왕’ 안에서 그의 모든 철학적 이론들이 용해되어 있다.그가 제창한 ‘좋음의 이데아’는 국가 통치의 원리가 되고, 이 원리에 따를 때 정의로운 이상적 국가는 탄생한다. 플라톤은 인간들의 이기심과 야만성이 배제된 진정한 사회 윤리, 정의, 공평함 그리고 행복을 위한 국가 건설을 목표로 했다. 무엇보다 그가 국가 재건의 가능성을 찾은 지점은 ‘정치’가 아니라 바로 ‘교육’이었다.도덕은 지식이다《국가론》에 담긴 플라톤의 기본 이념은 ‘도덕은 지식이다(virtue is knowledge)’라는 소크라테스의 교리를 그대로 본뜬 것이었다. 이 명제가 의미하는 것은 인간들이 실체적이고도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선(善)을 당연히 실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the good)은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이 접하느냐에 달려 있다. 많이 접한다는 것은 많이 아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지식을 뜻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식이 많은…
철학 스크랩 [인물] 정대성 2021.11.09 추천 0 조회 1726
표현의 자유와 혐오저자 안유민자유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이다. 영국의 식민지 버지니아 회의의원이던 패트릭 헨리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라는 말을 남겼고, 자유당, 민주자유당, 자유민주연합, 자유선진당, 자유한국당과 같은 당의 이름에도 자유가 들어가며, 우리나라 조선왕조실록에도 이 단어가 310번 나왔다. 이처럼 우리의 삶과 자유는 때놓을수 없는 관계이다.자유의 정의는 다음으로 나뉜다. Freedom의 정의는 the condition or right of being able or allowed to do, say, think, etc. whatever you want to, without being controlled or limited(통제되거나 제한되지 않고,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거나, 말하고, 생각하는 것 등을 허락할 수 있는 조건) 이라 나와있으며, Liberty의 정의는 the freedom to live as you wish or go where you want(원하는 대로 살거나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자유)라 정의 내리고 있다. 그리고 국어사전에는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나와있다.그중에서 표현의 자유는 이와같이 정의내리고 있다. 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 freedom of expression)는 개인 또는 단체가 자유롭게 자신의 견해와 사상을 표출할 수 있는 기본적 권리이다. 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체의 검열이나 처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즉, 인간은 무슨말을 하여도 타인이 그것을 막고 억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표현에는 혐오표현도 존재한다. 그 혐오표현도 과연 표현의 자유라고 할수있을까? 그 사례를 알아보자.이라크전에서 사망한 한 군인의 장례식장에 일군의 시위대가 피켓을…
철학 회원투고 안유민 2021.10.06 추천 0 조회 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