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헌법상 이익균점권과 재도입 검토
제헌헌법상 이익균점권과 재도입 검토
작성일자: 2021.10.24.
작성자: 장현규
▶개요
이익균점권, 이 단어가 익숙할지 낯설지 모르겠다. 이익균점권은 대한국 제헌헌법 제18조 제2항의 규정으로 그 내용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자본가가 기업에 자본을 출자해 기업의 이익을 일부 분배받는 것처럼, 노동자도 기업에 노동력을 출자하므로 그만큼 기업의 이익을 분배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제헌 국회의원이었고 초대 사회부 장관을 역임했던 우촌 전진한의 주장으로 명시된 조항이다. 그는 1953년에 제정된 근로기준법의 제정에도 기여한 인물이다. 그의 이러한 업적은 그가 저술한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자유협동주의와 맞닿아있다고 보인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음막에 있어서 악사가 각자 법열 속에서 자유로이 자신의 악기의 성능과 자기의 개성을 발휘하여 전체와 협동함으로서 하나의 심포니를 형성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이러한 사상적 기초에서 만들어진 이익균점권에 대해 알아보고 현대 대한국에 이익균점권이 시사하는 바, 그리고 그에 대하여 이익균점권을 재도입하는 것을 검토하여보고자 한다.
▶본론
이익균점권의 사상적 기초는 개요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촌 전진한의 자유협동주의와 맞닿아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도를 만드는데 영향을 끼쳤을 현실적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그 점부터 짚어보겠다.
제헌당시의 피폐한 경제상황과 정치적 분열, 사회적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했던 국민적 과제로는 토지개혁과 적산(敵産)의 처리일 것이다. 이는 당시의 피폐한 경제상황의 극복과 직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당시의 산업구조를 살펴보면 대한국 경제의 대부분을 적산이 차지하고 있었기에 이걸 처리하는 방법 및 향후 관리에 있어 참여하고자 하는 근로대중의 욕구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주, 자본가 계층을 대변하는 한국민주당(이하 한민당) 계열이 헌법기초위원회의 주축이었기에 자연히 근로대중의 여론은 헌법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전체 국민 중 80%를 차지하는 근로대중과 농민의 기대를 대변하고자 전진한 의원, 문시환 의원, 조병한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한민당계 의원들은 적산기업 관리 참여권과 이익균점권의 보장을 남한의 사회적 통합의 초석으로 삼으려 하였다.
다음으로 전진한 의원의 이익균점권에 관한 인식을 살펴보겠다. 그의 이익균점권에 대한 인식은 그의 헌법관과 사회법사상에도 기인하기에 그 점도 간단히 언급하도록 하겠다.
그에 의하면 우리의 헌법정신은 다음과 같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가 혼연 병존하고 세계혼란의 최대원인인 노자(勞資)문제에 최후의 해결을 제공하여 계급대립 문제를 완전히 해결시켰으며 사회성을 무시하는 개인주의의 폐단을 방알(防遏, 들어오지 못하게 막음)하는 일면 개성을 무시하고 인간을 기계화하려는 공산주의의 과오를 시정
또한
우리는 이 헌법정신의 실천에 의 하여 우리 삼천만 민족을 사지에서 구원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세계국가의 이념적 영도국으로서 진정한 세계평화를 수립할 선구자가 될 것
위와 같이 언급하며 세계평화를 실현하는 기초가 우리 헌법정신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으로 그의 사회법사상이다. 그의 사회법사상은 개인과 사회의 원융(圓融, 한데 통하여 아무런 구별이 없음)을 통한 자유협동주의사상으로 집약된다. 그렇다면 자유협동주의란 무엇이고 그는 이를 통해 어떤 구체적인 사회법 사상을 도출하였는지 간략히 살펴보겠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자유협동주의사상은 다음과 같다.
자유협동주의는 개인주의에서 자유를 추출하고 전체주의에서 협동을 추출 하여 기계적으로 병렬․종합․절충한 것이 아니라 개인주의에서 독점성과 배타 성이 지(止) 즉 폐기되고 개성자유 즉 개성존엄성, 평등성, 창의성이 양(揚) 즉 보존됨과 동시에 전체주의에서 강권주의와 기계주의가 지(止) 즉 폐기되고 사회협동 즉 사회연대성, 공존성이 양(揚) 즉 보존되어 개인주의와 전체주의가 자유협동주의에로 지양통일(止揚統一)된 것이다. 이 자유협동주의는 개인주의나 전체주의와는 그 차원을 달리하는 질적으로 비약된 하나의 단일사상으로 자유 와 협동이 불가분리의 관계에 선다. … 협동에서 오지 않은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이러한 자유는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다. 각자의 자유는 상호 충돌되고 만다. 자유에서 오지 않은 협동은 진정한 협동이 아니다. 이러한 협동은 협동이 아니라 굴종이다. 자유와 협동은 대립의 통일이다. 자유는 협동에 의하여 성립하고 협동은 자유에 의하여 성립한다. 자유는 협동을 포함하고 협동은 자유를 포함한다. 자유 즉 협동, 협동 즉 자유이다. 자유와 협동은 상의(相依)․상입(相入)․상즉(相卽)한다.
그는 제헌헌법 제5조를 다음과 같이 평가하며 우리 헌법정신의 총강이라고 파악하였다.
전체와 개체의 모순을 완전히 지양통일 하는 것
이 조문은 불란서 혁명 이래 발전하여온 정치적 민주주의사상 즉 자유주의사상을 긍정 하는 동시에 거기에서 일어나는 폐해를 방알하여 공공복리를 주로 하는 사회주의적 사상과 융합․절충한 것이다. 즉 전체와 개체의 모순을 완전히 지양통일 하는 것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대립하여온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사조가 우리 헌법에 있어서 비로소 이 두 개 사상이 지양통일 되어 양립발전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라고 헌법정신을 화쟁회통(和諍會通)적으로 해석한다. 참고로 제헌헌법 제5조는 다음과 같다.
제5조 대한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자유, 평등과 창의를 존중하고 보장하며 공공복리의 향상을 위하여 이를 보호하고 조정하는 의무를 진다.
전진한은 제헌헌법 제84조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우리 헌법정신은 개인편중과 사회편중의 사상을 초극지양하고 항상 개인과 사회의 원융성을 고조한다.
또한, 제헌헌법 제85조 내지 제87조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파악하였다.
중요한 산업에 대한 자본의 독재성을 배제하여 국가의 계획 하에 전 국민생활을 균등하게 보장하려는 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제헌헌법 제84조 내지 제87조는 다음과 같다.
제84조 대한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내에서 보장된다.
제85조 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자원, 수산자원, 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국유로 한다. 공공필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그 개발 또는 이용을 특허하거나 또는 특허를 취소함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행한다.
제86조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하며 그 분배의 방법, 소유의 한도, 소유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써 정한다.
제87조 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까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 공공필요에 의하여 사영을 특허하거나 또는 그 특허를 취소함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행한다.
대외무역은 국가의 통제하에 둔다.
그는 헌법전체의 조문을 통하여 자유협동정신이 창일(漲溢, 의욕이 왕성하게 일어남)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특히 제5조(각인의 자유평등 존중과 공공복리와의 조화), 제15조(재산권행사의 공공 복리 적합), 제17조(국민의 근로의 권리와 의무), 제18조(근로3권과 이익균점권), 제84조(국민의 기본적 수요와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한 경제질서) 등의 조문이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파악한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기도 하였다.
자유협동사회건설운동은 헌법정신을 현실정치에 실천하려는 일대 호헌운동이 될 것
다음은 제헌헌법 제15조, 제17조, 제18조이다.
제15조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써 정한다.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공공필요에 의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수용, 사용 또는 제한함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상당한 보상을 지급함으로써 행한다.
제17조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근로조건의 기준은 법률로써 정한다.
여자와 소년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제18조 근로자의 단결,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의 자유는 법률의 범위내에서 보장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
위와 같은 헌법관과 사회법사상에서 그의 이익균점권에 대한 인식을 파악할 수 있다. 그의 이익균점권에 대한 인식은 한마디로 ‘노자일치(勞資一致)의 관념’으로 자유평등사회 실현이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은 아래와 같다.
첫째, ‘근로입국’으로서의 세계 유일한 화회(和會, 협의하여 결정함)적 기본권. 그는 근로자의 이익균점권의 보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우리 대한국이 근로입국으로서의 그 진면목을 발휘하였을 뿐 아니라 정치적 형식적 민주주의에 경제적 실질적 민주주의를 병행하여 인류최고이상인 자유평등사회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각 부면에 실현을 보게 되는 것으로 이 조문이야말로 대한민국 전 헌법을 통하여 화룡점정적 의의를 가진 것
또한, 이익균점권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한국헌법 이외에 세계 어느 나라 헌법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일대 창견일 뿐 아니라 인류평화의 암이요 세계적 난문제인 노자대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한 개 관건
이런 점을 들어 이를 세계 유일의 독창적 기본권이라고 높이 평가하였다.
둘째, 노동의 주체성 강조. 그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종래 노자문제는 노동잉여가치 착취설에 의하여 심각한 대립을 보았을 뿐 아니라 항상 노동을 상품시하여 자본에 예속시켜 왔던 것이다.
노동을 생산의 원동력으로서 자본과 동일시하여 노자대등의 입장에서 기업에서 생기는 이윤을 노자균점케 하여 종래의 임금노예제도를 완전히 분쇄하고 노동도 생산에 있어서 한 개 주체적 입장에 서게 된 것
셋째, ‘노자협조’에서 ‘노자일치’로의 질적인 비약. 그의 인식은 다음과 같다.
잉여가치 착취설에 의한 노자대립의 관념을 일소할 뿐 아니라 노자협조의 관념에서 노자일치의 관념에로 한 개 질적인 비약을 일으켜 현 사회의 혼란 분규의 원천이 되는 노자문제를 발본적으로 해결하여 인류 진운에 일대 서광을 비치게 한 것
지금까지 이익균점권과 그의 기반이 되는 우촌 전진한의 헌법관, 사회법사상을 알아보았다. 이익균점권은 그의 자유협동주의사상에 기한 ‘노자협조’, 나아가 ‘노자일치’ 사상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이익균점권 조항은 21세기, 현재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대한국의 노자갈등은 여전히 심각하며 노조 조직률은 세계에서도 하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노자간의 단체교섭에도 난항을 겪는 것이 현실인 상황이다. 이러한 점을 비추어보았을때, 자유협동주의사상에 기반한 이익균점권의 재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에 따른 헌법의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익균점권의 재도입이 노자일치를 이끌어내 사회통합과 사회 전 구성원의 복리 증진을 이루어내길 기대하며 본 논문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비고사항
참고 문헌 : 이익균점권의 보장과 우촌(牛村) 전진한(錢鎭漢)의 사상 및 역할 ― 우촌의 사회법사상 궤적의 탐색을 위한 ‘초심곡(初心曲)’ ―, 이흥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