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제도 이론과 국제 정치”에서 크라스너(Krasner)는 국제 정치를 설명하는 주요 이론들이 더 넓은 사회 생활에 대한 관점을 반영한다고 주장하며 시작한다. 그는 근본적인 구분으로서 행위자를 존재론적 출발점으로 삼는 행위자 중심 이론 (actor-oriented theories)과 제도적 구조를 존재론적 출발점으로 삼는 사회학적 이론 (sociological theories)을 제시한다. 이 두 접근법은 행위자(agents)와 제도(institutions)의 본질에 대해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기본 용어조차 특정 이론적 맥락 내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고 본다.
행위자 중심 관점에서 행위자와 그들의 선호(preferences)는 외생적(exogenous)이며, 이론은 이를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제도는 행위자들이 정보 제공이나 계약 이행 등을 통해 효용을 증가시키기 위해 만드는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 규범과 규칙의 구조이다. 제도는 행위자들의 전략(strategies)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들의 근본적인 욕구나 선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크라스너는 자신의 연구가 행위자 중심 관점에서 시작하지만, 신현실주의(neorealism)나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와 달리 국가(states)가 아닌, 정책 결정을 내리는 정치 지도자인 통치자 (rulers)를 존재론적 출발점으로 삼는다고 밝힌다. 그는 통치자들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 지지자들의 안보, 번영, 가치를 증진하기를 원한다고 가정한다.
반면, 사회학적 이론은 제도적 구조에서 시작한다. 제도는 다른 더 구체적인 실체나 행위자를 생성하는 공식적 및 비공식적 규칙과 규범이다. 개인이나 집단 간의 관계는 그들이 속한 제도적 장치에 의해 조건 지어지거나 그것의 표현이다. 행위자의 이해관계와 권력은 더 큰 제도적 구조 내에서 그들이 수행하는 역할에 의해 정의된다.
2. 주요 국제 관계 이론과 제도의 두 가지 차원
크라스너는 신현실주의(neorealism)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를 행위자 중심 이론으로, 영국 학파(English school)를 사회학적 이론으로 분류한다. 행위자 중심 이론은 원인-결과 관계를 명시하는 분석(analysis)에 종사하는 반면, 사회학적 이론은 명백한 행동과 그에 대한 정당화로부터 직접 관찰할 수 없는 근본적인 제도적 구조를 귀속시키는 이해(understanding)에 종사한다고 구분한다.
이러한 주요 접근법들은 제도의 본질과 행위자성(agency)에 대한 더 일반적인 논의를 반영하며, 이는 제도화 (institutionalization)와 지속성 (durability)이라는 두 가지 차원으로 정의된 공간에 배열될 수 있다. 제도화는 실제 행동이 원칙 및 규범과 일치하는 정도를, 지속성은 원칙과 규범이 변화하는 상황에 직면하여 지속되는 정도를 의미한다. 제도는 깊이 내재되어(embedded) 행동에 중요하고 지속적일 수도 있고, 중요하지만 취약할(brittle stalks) 수도 있으며, 무정부 상태(anarchy)에서는 무의미하고 단명할 수도 있고, 또는 조직된 위선 (organized hypocrisy)으로 특징지어져 지속적이지만 종종 위반될 수도 있다. 주요 국제 관계 이론들은 이러한 공간의 세 사분면(무정부적, 취약한 줄기, 내재된 제도)에 해당하며, 조직된 위선은 상대적으로 덜 탐구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크라스너는 국제법적 주권과 베스트팔렌 주권 모두 조직된 위선의 예라고 주장한다.
3. 기존 국제 관계 이론과 베스트팔렌 주권의 한계
베스트팔렌 주권은 마르크스주의를 제외한 현대 국제 관계 이론의 중심 개념이었다. 신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 제도주의(neoliberal institutionalism)에게 베스트팔렌 주권은 분석적 가정(analytic assumption)이다. 영국 학파에게 베스트팔렌 주권은 정치 지도자들의 행동을 이끌어온 내면화된 규범(internalized norm)이다. 최근의 구성주의(constructivism) 이론들은 주권과 관련된 규범이 문제적이고 도전에 직면해왔다는 점에서 이 연구와 유사한 경험적 결론을 내리지만, 담론과 아이디어의 영향에 더 중점을 둔다고 평가한다.
신현실주의는 베스트팔렌 주권 국가를 체제의 구성 행위자로 가정하며, 각 국가는 자율적이고 국익을 극대화하려 한다고 본다. 신자유주의 제도주의 역시 베스트팔렌 국가를 통합되고 합리적이며 자율적인 실체로 가정하고, 이들의 문제는 시장 실패(market failures)의 해결이라고 본다. 반면, 국제 사회 관점(영국 학파, 일부 구성주의 등)에서 주권은 분석적 가정이 아니라 영토성, 자율성, 인정에 대한 상호주관적으로 공유된 이해(intersubjectively shared understandings)를 반영하는 경험적 규칙성이다. 이 관점의 존재론적 출발점은 공유된 규범과 기대로 정의되는 근본적인 제도적 구조이다.
그러나 크라스너는 베스트팔렌 모델의 경험적 부정확성이 영국 학파와 같은 사회학적 주장들에 특히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이들 관점은 국제 관계의 일부 측면이 정치 지도자들의 세계관에 깊이 내재되어 의문시되지 않는다고 시사하지만, 실제로는 외교관 대우와 같이 논쟁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규칙조차 심각하게 위반된 사례(예: 이란의 미국 외교관 인질 사건)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국제 체제의 규칙이 내재된 것이 아니라 도구적(instrumental)임을 시사한다고 본다. 국제법적 주권의 정의 규칙조차 보편적으로 지켜지지 않았으며(예: 영국 연방 구성원의 초기 국제기구 참여, 유럽 연합의 주권적 실체 인정,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의 유엔 가입 등), 베스트팔렌 주권의 위반은 훨씬 더 광범위했다.
베스트팔렌 모델의 부정확성은 신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 제도주의에도 문제가 된다. 이 이론들은 자조(self-help)와 자율성(autonomy)을 분석적 가정으로 삼지만, 많은 국가가 자율적인 통합 행위자가 아니었다는 경험적 사실과 마주한다. 더욱이 자조와 자율성이라는 두 기본 가정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을 수 있다. 자조는 무정부 상태에서 비롯되어 국가가 국익에 부합하는 어떤 정책이든 고려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만, 자율성 가정은 특정 정책(자신이나 타국의 내부 완전성을 훼손하는 행위)을 추구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만약 자조가 가능하다면, 정치 지도자들은 때때로 다른 국가의 국내 정책이나 제도를 제약하거나 자신의 국가에 그러한 제약을 수용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 옵션이라고 결정할 수 있으며, 이는 자율성을 약화시킨다.
4. 대안적 이론들과 베스트팔렌 주권
크라스너는 마르크스주의 이론들, 특히 의존 이론(dependency theory)은 국가를 통합되고 자율적인 행위자로 가정하지 않았다고 언급한다. 의존 이론은 주변부의 약소국들이 핵심부 행위자들에 의해 침투당하며 자율적인 행위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관점에서 베스트팔렌 모델의 위반은 예상된 결과이다. 그러나 의존 이론은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 간의 성장률 차이를 설명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또 다른 대안인 세계 문화 관점 (world culture perspective)은 국가 간 국내 조직의 유사성을 강조한다. 이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국가들이 학교 제도, 인구 조사, 사회 보장 등에서 놀라운 정도의 유사성을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려 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이러한 조직적 동형성(isomorphism)은 개별 국가들이 속한 전 지구적 제도 구조의 산물이며, 국가는 근대성, 진보, 합리성이라는 전 지구적으로 수용된 문화에 기반한 외부에서 제공된 스크립트(scripts)를 따른다. 그러나 세계 문화 관점은 이 연구에서 제시된 경험적 증거와 달리, 외부 행위자들이 베스트팔렌 모델을 훼손한 정도가 국가마다 달랐으며 이는 주로 권력과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점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5. 제도 이론의 유형과 위치
크라스너는 제도에 대한 연구가 최근 몇 년간 특히 주목받았으며, 제도는 제도화 (institutionalization)와 지속성 또는 복원력 (persistence or durability/resilience)이라는 두 차원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제도화는 행동이 제도적 구조(원칙, 규범, 규칙)와 일치하는 정도를, 지속성은 특정 원칙, 규범, 규칙이 변화하는 상황에 직면하여 시간이 지나도 지속되는 정도를 의미한다. 그는 이 두 차원을 기준으로 제도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적 접근법을 제시한다.
남서쪽은 제도가 제한적인 관련성을 가지는 무정부 상태 (anarchy)를 나타낸다. 남동쪽은 규칙이 행동을 제약하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빠르게 변할 수 있는, 즉 결과는 있지만 지속적이지 않은 취약한 줄기 (brittle stalks)로서의 제도를 의미한다. 북동쪽은 제도가 결과적이면서도 복원력이 있어 행위자들의 권력과 선호가 변하더라도 지속되는 내재된 (embedded) 상태를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북서쪽은 제도가 오래 지속되지만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약하거나 고르지 않아 규칙이 어떤 상황에서는 지켜지고 다른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은 조직된 위선 (organized hypocrisy)을 나타낸다.
신현실주의(Neorealism)는 제도가 제한적인 결과를 가질 수 있지만 지속적일 수는 없는, 왼쪽 아래 영역에 위치한다.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rational choice institutionalism)에서 파생된 신자유주의 제도주의(Neoliberal institutionalism)는 제도가 중요하고 복원력이 있을 수 있으며(특히 시작 비용이 높을 경우), 오른쪽(취약한 줄기 또는 그 이상)에 위치한다. 제도가 내재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으로는 행위자 중심의 경로 의존성 (path dependence) 이론과 제도 중심의 규범적 사회화 (normative socialization) 이론이 있다. 영국 학파가 규범적 사회화에 해당한다.
최근의 사회학적 접근법은 규범적 가치로의 사회화보다 인지적 스크립트 (cognitive scripts)에 더 중점을 둔다. 스크립트는 인식을 걸러내고 적절한 행동을 제안하는 분류 체계 또는 인지 모델이다. 이러한 스크립트는 모방적 모방(mimetic imitation)을 통해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스크립트에 기반한 접근은 행위자들이 결과의 논리가 아닌 적절성의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고 제안하며, 원칙과 규범이 지속적이지만 항상 결과적이지는 않은 이유, 즉 조직된 위선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닐스 브룬손(Nils Brunsson)은 조직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적으로 정당화된 규범을 존중해야 하는 동시에 내부 구성원에게 효율적으로 기술 및 물질적 자원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스크립트와 행동 사이의 분리(decoupling), 즉 위선이 일반적인 상태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6. 제도 이론과 베스트팔렌 및 국제법적 주권의 관계
이 연구의 기본 주장 중 하나는 기존의 잘 알려진 제도 접근법 중 어느 것도 베스트팔렌 주권이나 국제법적 주권을 적절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두 주권 모두 조직된 위선의 예로 더 잘 이해된다. 그 규칙들은 널리 이해되고 지속적이지만, 또한 위반되어 왔으며, 베스트팔렌 주권의 경우가 국제법적 주권보다 더 자주 위반되었다.
베스트팔렌 모델은 사회학적 이론이나 행위자 중심 이론이 제시한 내재화 메커니즘 중 어느 것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결코 고도로 제도화되지 않았지만 오래 지속되었다. 베스트팔렌 모델은 균형 결과(equilibrium outcome)가 아니며, 통치자들은 종종 자국 정치체의 자율성을 타협하거나 타국의 내정에 개입하는 것이 더 낫다고 결정했다. 또한 경로 의존성의 특징도 보이지 않는다. 통치자들이 규범 구조로 사회화된다고 해도, 이는 국내 환경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원칙들은 국제 체제에서 우세한 원칙과 일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베스트팔렌 모델은 결코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국제법적 주권은 결과적이면서도 복원력이 있었지만 보편적으로 존중되지는 않은 제도적 형태이다. 그 기본 규범은 공식적으로 독립적인 영토적 실체에 인정을 확대하는 것이지만, 통치자들은 공식적 독립성이나 영토가 없는 실체를 인정함으로써 규범에서 벗어났다. 이러한 이탈은 국제법적 주권의 기본 규범을 약화시키기보다는 공존했다. 국제법적 주권은 내재되어 있지 않으며,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통치자들은 비공식적으로 독립적이거나 영토가 없는 실체를 인정했으며, 인정 부재가 정치적 실체를 소멸시키거나 망각으로 몰아넣지도 않았다.
7. 결론
크라스너는 국제 정치에 대한 주요 이론적 접근법들이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행위자 중심 또는 사회학적 관점의 제도에 대한 풍부한 문헌을 활용한다고 지적한다. 신현실주의는 제도를 행위자의 권력과 이해관계의 산물로 보며, 제도는 제한적인 결과를 가질 수 있지만 창설한 국가의 선호와 권력을 넘어서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신자유주의 분석은 제도에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며, 제도는 시장 실패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계되고 결과적이며 (특히 시작 비용이 높을 경우) 지속적일 수 있다고 본다. 영국 학파와 일부 다른 구성주의 분석은 제도를 공통 문명으로의 규범적 사회화의 결과로 특정 원칙, 규범, 규칙을 강화하거나 제정하는 행위자를 생성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크라스너는 가장 잘 발달된 국제 관계 접근법 중 어느 것도 국제법적 주권과 베스트팔렌 주권이 실제로 어떻게 기능해왔는지를 적절하게 개념화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둘 다 조직된 위선의 예이며, 그 정의 규칙은 지속되고 널리 인정되고 지지되었지만 동시에 때때로 (베스트팔렌 주권의 경우 자주) 타협되었다. 국제 체제에서 제도의 영향력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특히 특정 제도적 형태가 내재화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메커니즘은 안정된 국내 정치체보다 국제 체제에서 훨씬 덜 두드러진다. 다중 규범, 권력 비대칭,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권위 있는 구조의 부재로 특징지어지는 환경에서 통치자들은 규범적 자원과 물질적 자원을 다양하고 때로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배치하는 전략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국제 체제에서 국제법적 주권과 베스트팔렌 주권을 포함한 어떤 제도적 장치도 당연하게 여겨질 수 없으며, 결과의 논리가 항상 적절성의 논리를 압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