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팅양, 천하의 당대성 – 서문

중문판 서문 (Foreword to the Chinese Edition)

  • 천하(Tianxia, 天下) 개념의 본질
    • 천하는 사람들과 하늘(tian, 天)의 방식 사이의 관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신적으로 생동감 있는 개념 (spiritually vitalizing concept)입니다.
    • 이 책은 천하의 이상주의(idealism)에 현실주의적(realist) 방법으로 접근하여, ‘천하의 길’과 ‘천하의 도구’ 사이의 거리를 서술적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 연구 방법: 종합적 텍스트 (Synthetic Text) 접근법
    • 사물과 사건은 본래 온전한 전체이지만, 우리는 이를 여러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합니다 (정치학, 경제학 등).
    • 그러나 한 분야의 질문에 대한 답은 종종 다른 분야의 담론에 속해 있습니다.
    • 이 책에서 사용하는 “종합적 텍스트” 방법은 사물의 전체성으로 돌아가 다양한 학문 분야의 지식을 동원하여 문제를 설명하려는 철학적 시도입니다.
    • 이를 통해 천하 문제와 그 해답은 역사, 정치, 경제, 게임 이론, 신학 등 다양한 차원을 동시에 가질 수 있습니다.
  • “입장 없음 (No Position)”의 분석 방식
    • 저자는 가치 판단이 개입된 해석을 배제하고, “어떤 존재가 자신의 존재 방식에 따라 계속 번성할 수 있는가?”라는 실존적 분석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 이는 감정과 가치를 제쳐두고 오직 어떤 실천의 논리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만을 고려하는 방식입니다.
    • 강자가 약자를 삼키는 논리를 윤리 이론만으로는 반박하기 어렵지만, 게임 이론을 통해 헤게모니 논리가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함을 보일 수 있습니다.
  • 역사 자료 선택 기준
    • 문자 이전 시대는 고고학적 증거를, 문자 시대 이후는 역사적 인물들에게 “정립된 사고방식”을 제공한 텍스트를 중시합니다.
    • 설령 특정 텍스트가 후대의 위작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집단적 상상력의 일부가 되어 실제 기능을 했다면 중요한 자료로 간주합니다.
  • 이전 연구와의 관계 및 감사의 말
    • 이 책은 2005년 출간된 『천하체계(Tianxia System)』 이후 10년 만에 나온 연구로, 질문과 논증은 발전했지만 기본적인 관점은 일관됩니다.
    • 이전 책은 영어로 먼저 작성되어 번역하기 어려운 고대 자료를 많이 생략했지만, 이 책은 그러한 결점을 보완하려는 시도입니다.
    • 저자는 자신의 연구에 도움을 준 여러 학자들과 친구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특히 “중국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 장을 할애했음을 밝힙니다.

영문판 서문 (Foreword to the English Edition)

  • 천하 개념의 재정의
    • 이 책은 세계 질서를 위한 철학으로서 ‘천하’ 체제의 미래 가능성을 분석합니다.
    • 저자는 독자들이 제기하는 “누가 이 천하 세계를 이끌 것인가?”, “이것이 중국의 야망인가?”와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자신의 방법론을 설명합니다.
    • 그의 접근법은 “어느 편도 들지 않음 (taking no sides)”으로, 지구에 온 외계 인류학자의 관점을 취하여 특정 국가를 넘어 세계 전체를 지평으로 삼고자 합니다.
    • 천하 개념의 재창조는 문자 그대로 “하늘 아래 모든 것”을 의미하며, 이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위한,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 의한 세계 질서 체제를 뜻합니다.
    • 이는 약 3천 년 전 중국의 정치적 출발점이었으며, “국가”가 아닌 “세계”에서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리스의 폴리스(polis)와 대조됩니다.
  • 천하와 조공 체제의 구분
    • 저자는 자신의 관심이 기원전 221년에 끝난 중국의 천하 체제에 있으며, 서양 학자들이 관심을 갖는 16-19세기 중국의 “조공 체제 (tributary system)”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고 분명히 밝힙니다.
    • 조공 체제는 천하 이후 제국 중국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천하 체제 자체를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 천하 개념 재창조의 계기
    • 첫 번째 계기는 칸트(Kant)의 평화 추구와 헌팅턴(Huntington)의 문명 충돌론 사이의 긴장입니다.
    • 두 번째 계기는 억제, 제재, 간섭, 세력 균형, 냉전 등 적대적 전략만을 가져오는 국제 정치의 완전한 실패 (utter failure of international politics)입니다.
  • 정치 개념의 재정의
    • 정치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적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며,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장이 아니라 정치의 실패를 증명하는 것 (proof of the failure of politics)입니다.
    • 정치는 적대감을 환대로 바꾸는 기술이어야 합니다.
    • 저자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세계 헌법 아래 세계 평화를 보장할 세계 체제를 공식화하려는 천하 개념의 야망을 재고합니다.
  • 천하 체제의 세 가지 헌법적 개념
    • 세계의 내재화 (internalization of the world): 모든 국가를 부정적인 외부 효과가 없는 공유된 시스템에 포함시킵니다.
    • 관계적 합리성 (relational rationality): 배타적 이익 극대화보다 상호 적대감 최소화에 우선순위를 둡니다.
    • 유가적 개선 (Confucian improvement): 다른 모든 사람이 개선될 때에만 자신이 개선되는 것을 요구하며, 이는 모두를 위한 비배타적 개선입니다.
  • 스마트 민주주의 (Smart Democracy)
    • 영문판 부록에는 천하의 실질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스마트 민주주의”에 대한 주장의 스케치를 포함했습니다.
    • 이는 지식 가중 민주주의(knowledge-weighted democracy)를 제안하며, 집단적 비합리적 선택으로 인한 실수를 피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오드 아르네 베스타드의 새 서문 (New Foreword by Odd Arne Westad)

  • 천하(Tianxia)의 의미와 자오팅양의 기여
    • 천하는 문자 그대로 “하늘 아래 모든 것”을 의미하며, 고대 중국 철학 및 정치 이론에서 인간의 영역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 중국 사회과학원의 저명한 정치 철학자인 자오팅양(Zhao Tingyang)은 중국 고대의 개념과 실천이 오늘날 쇠퇴하고 불공정한 세계 질서를 극복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찾는 데 몰두해 왔습니다.
    • 자오 교수는 천하 개념을 이러한 노력의 중심에 둡니다. 그는 자신의 천하 버전이 3천 년 전의 것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 아니며, “우리는 세계 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지평으로서 민족-국가를 넘어서야 한다”는 현대적 조건에서의 유용성으로 특징지어진다고 강조합니다.
    • 자오팅양의 작업은 서구 중심의 이론에서 벗어나려는 중요한 시도이며, 친야칭(Qin Yaqing), 옌쉐퉁(Yan Xuetong)과 같은 다른 중국 정치 이론가들과 함께 중요한 학문적 성과를 제공했습니다.
  • 자오팅양 이론의 강점
    • 하나의 세계 원칙 (principle of one world)을 세계적 사고의 출발점으로 삼으라는 그의 초대는 주요 강점입니다. 천하 체제는 내부성만 있고 외부성이 없으며, 이는 정치 담론에서 ‘외국인’과 ‘적’의 의미를 없앱니다.
    • 그의 다원주의적이고 이질적인 접근법 (pluralistic and heterogeneous approach)은 환영할 만합니다. 천하 체제는 공존의 원칙에 기반한 세계 질서를 예상하며, 외부성을 유지하는 어떤 정치체도 정복이나 식민화의 대상이 아닌 화해의 문제가 되어야 합니다.
    • 과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그의 의지는 또 다른 강점입니다. 중국 담론에서 과거의 무게는 다른 어떤 문화 전통보다 더 뚜렷하며, 자오 교수는 이를 제약 없이 탐구의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 국제 질서에 대한 그의 생각은 전쟁을 피해야 할 필요성 (need to avoid war)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는 “전쟁은 다른 수단으로 계속되는 정치”라는 클라우제비츠의 관점보다 “전쟁은 정치의 실패”라고 주장하는 것이 낫다고 말합니다.
    • 그의 정치 철학의 마지막 강점은 지구 공유 자원의 보존 (preservation of the global commons)에 대한 강조입니다.
  • 비판적 관점과 과제
    • 그가 비국가 집단이나 개인의 역할보다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점은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국가가 어떻게 자신의 좁은 이익을 넘어 천하를 소중히 여기도록 강제될 수 있는지 불분명합니다.
    • 그는 중국이 오늘날의 헤게모니적 관행과 다르며 미래에도 다를 것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중국이 제국주의적이지 않을 것이며, “근대 제국주의를 세계화하는 제국주의로 바꾼” 미국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 그러나 중국의 과거에 대한 그의 이해는 때때로 순진해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문명’과 ‘야만’의 구분이 인종 중심적 편견 없이 단지 묘사적인 것이었다는 주장이나, 중국의 팽창이 한(漢) 문화의 정신적 매력 덕분이라는 주장은 비판에 직면합니다. 실제로는 모든 제국처럼 정복과 복속을 통해 일어났습니다.
    • 현재 중국 내 통치 상황의 문제를 고려할 때,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비판은 공허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중국 내 정의의 안타까운 상태는 그의 전반적인 이론에도 문제를 제기합니다.
  • 결론
    • 천하 개념의 가장 큰 과제는 “누가 결정권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 자오팅양은 우리 모두에게 중국의 풍부한 통치 및 정치 사상 전통을 설명하고 미래에 어떻게 유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제를 제시함으로써 큰 도움을 줍니다.
    • 그의 작업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다각적인 대화에 더 잘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번역가 서문 (Translator’s Preface)

  • 천하 개념의 번역
    • 천하는 중국을 정치적 중심으로 하는 인간적이고 조화로운 세계주의적 이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개념입니다.
    • 자오팅양은 이 고대 주나라의 발명품을 정치 철학의 중심에서 창의적으로 재해석하여, 세계 자체를 정치적 주체로 상상하고자 합니다. 이는 서구 제국주의적 상상 지리의 유산에서 벗어나는 시도입니다.
  • 천하와 현대 정치의 대조
    • 번역가는 “외부가 없는” 세계, 관계적 추론 (relational reasoning)에 기반한 정치를 상상하는 자오의 이론을 환영합니다.
    • 이는 원자적이고 소외시키는 정치 논리, 즉 개별 개인과 배타적 주권 국가를 기본 단위로 전제하는 논리에 지친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이론적 제안입니다.
    • 번역가는 이 서문을 쓰는 시점에 미국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중국을 비난한 것과, 중국이 세계적 협력을 촉구한 것을 대조하며 자오 이론의 현대적 적실성을 강조합니다.
    • 이라크에 대한 중국의 의료 지원과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비교하며, “국경 없는 폭탄이냐 의약품이냐”라는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 번역의 도전
    • 이 책을 번역하는 데 있어 중요한 도전은, 고전 중국어 텍스트와 개념을 현대적 사유로 재배치하는 자오의 빈번한 언어적, 철학적 전환이었습니다.
    • 번역가는 다양한 철학 학파(유가, 도가, 묵가, 법가 등)의 원전을 조화롭게 번역하려 노력했으며, 모든 번역은 별도의 언급이 없는 한 자신의 번역임을 밝힙니다.
  • 감사의 말
    • 번역가는 자오팅양 교수, 로저 T. 에임스(Roger T. Ames) 교수, 베르그루엔 연구소(Berggruen Institute) 등 이 번역 프로젝트에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