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사회주의경제를 철저히 제거했기 때문에 번영한것 같다.
중국인들 누구보다도 셈에 정확한 사람들이다. 진짜 물한방울, 전기, 와이파이도 돈 다 받는 지독한 놈들이다. 이렇게 지독하고 꼼꼼히 계산하는 사회인데도, 내 학부시절, 기숙사시절과 비교했을때, 이렇게 풍요롭고 자유롭게 음식을 먹었던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실상과 별개로, “표면상의 조건”에서는 버클리의 조건이 좋게 보인다. 버클리는 학생식당이 마음껏 퍼먹을 수 있는 뷔페식이었고, 비건, 할랄, 코셔, 지역음식등 각양각색의 학식을 무제한으로 제공했다.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입장료가 당시 돈으로 8불정도 했었으니깐. (당시 버클리시 최저임금이 15불 언저리였다)
■ 문제는 학교가 기숙사생들에게 의무적으로 한 학기치의 식사를 강매시키고 재정보조에서 깠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기숙사생들은 적어도 일주일에 3-5끼는 강제로 학생식당에서 먹어야 했다.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뷔페식이라도 매 학기 내내 비슷한 음식들을 먹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학교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은 식품영양학과 학생들을 저렴한 가격에 고용하여 운영되었고, 그 질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마저도 한곳은 비건식당이었고 가끔씩 랜덤으로 어떤 또라이 시민단체의 지원으로 벌레요리가 나오기도 한다. 불쌍한 내 동생은 그 식당에서 밀웜 타코를 본 후 졸업할때까지 그 식당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학식을 먹는것이 선택이 아니었기에 그 학생식당조차도 사람으로 붐볐다. 일단 돈을 걷어갔으니 먹어야 했고, 그걸 안 먹으면 외식밖에는 답이 없었다. 물론, 학교가 매 학기마다 학생에게 매점에서 사용하라고 주는 “학교 크레딧”이 있었지만, 학교가 운영하는 매점이 시중물가보다 비쌌다.
나가서 살아도, 버클리 물가가 얼마나 살인적인가. 동생이랑 초밥 한번 가볍게 먹어도 40불이 깨지는게 일반이었으며, 햄버거를 먹어도 15-16불이 나가는 무시무시한 물가로, 국가가 주는 4-5천불의 생활비로 살인적인 랜트비를 내며 한학기를 나는것은 도통 쉬운일이 아니었다. 대신 나가서 살면 대신 음식을 강매당하지 않으니깐 파스타와 라면으로 버티면 한 학기 1-2천불정도는 남길수 있었다. 러프하게 말하면, 살찐가축이 되느냐, 영양불균형이 되느냐 둘중의 하나였다. 물론 학교 역시도 엄청난 물가 가운데에서 학생을 보호하고 로컬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그러한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 관계자의 지인 말에 따르면 식비를 받지 않을 경우, 버클리 물가상 학생들에게 일정 수준의 food security를 보장할 수 없으며, 눈먼 돈이 주변 상권에 풀려서 버클리 시 물가를 크게 올릴 수 있다 한다.
그러나 나쁘게 보면 국가가 내준 식비를 강제로 기숙사생들에게 강매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또한 국가가 보조한 돈을 학생들에게 직접 주지 않고 크레딧을 주어 비싸게 물건을 팔고, 시중식당보다 질이 떨어지는 식당을 강매하며, 학생들에게 질나쁜 주거지조차 제공하지 못하여 학생들이 눈먼 보조금을 시중에 풀게하여 물가를 높인 책임에서 벗어나긴 힘들다. 오죽했으면 주민들이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 학생들이 이대로는 못살겠다고 시위를 벌였겠는가.
■ 북경은 좀 다르다.
모든 식당은 학교의 소유이지만, 교내에서 여러 식당이 경쟁하는 시스템이고, 어느 식당에 어느 학생이 몰리는지 실시간 상황판을 대놓고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다양하다. 한식당(별로 한국스럽진 않지만)도 있고, 교내 매점도 있다. 내부 매커니즘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식당들이 정말로 가끔씩이지만 호객 비스무레 한것을 하는것을 보았을때, 아마 내부적인 성과경쟁이 있는것 같다. 중국어가 좋지않아 잘 주워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옆 학교 칭화대와 북경대간 학식 경쟁이 학생들 가운데에서도 유명한 모양이다. (양식에서는 북경대가 밀리는듯.)
또한 중국에서는 학교가 해정구(海淀區) 중심으로 몰려있으며, 이들 대학교들이 시중 물가보다 후려처서 오직 학생들에게”만” 양질의 식품과 물건들을 시중의 돈을 받고 유료로 공급하고 있으므로, 학생들로 인한 물가상승을 꽤 억제하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이들 대학교 식당/기숙사들은 관광산업을 대대적으로 벌리면서 학생들 이외의 대학교 캠퍼스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 예를들어 외국인용 기숙사인 중관신원은 기숙사방을 북경대학 단체관광객들에게 대여하고 있으며, 일부 학교 식당들은 관광객들에게 오픈되어, 학식당은 관광객들을 상대로도 장사를 한다.
관광객들과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 식당과 교내 마트는 싸제 식당의 강력한 경쟁자이며, 실제로 내가 싸제 음식들을 먹어보는데, “중국음식”에 한해서는 확실히 학교가 훨씬 좋고 맛있고, 나가서 그 퀄리티로 먹으려면 2배 줘야한다. 학생식당에선 동파육이 한화로 1800원이니 말다했지 뭐.. 러우지아모(중국식 햄버거)도 학교가 진짜 맛있다. 북대 학생들에게조차 학생식당의 평가가 나름 좋다. 심지어 농원에서 조선냉면을 여름특선메뉴로 실시한다는 소문을 교수님으로부터 들었을 정도였다. (=교수님도 학식을 먹는다는 말) 엄청 싼 가격에 좋은 음식들을 공급해주고, 심지어 시중 음식들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으니 말이다. 질이 좋고 다양하고 싸기도 해서 버클리처럼 식권을 강매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학생들이 사먹는다.
■ 나는 공공기관이 이렇게 평가가 좋은 것을 보지 못했다.
“급식”이 싸제보다 더 평가가 좋은 광경을 보고 있자니 신기하다. 만약 미국에서만 살았다면, 나는 국영상점이나 공공시설이, 사기업, 사영시설보다 좋지 않다는 “자본주의 고정관념”을 아무 의심 없이 따랐을 것이다. 중국을 보면, 식당 뿐만 아니라, 각종 시설이나 차창, 공공시설이나 국영/관영 기관들이 사영 기업들보다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시장을 왜곡하지 않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는 현장을 관찰할 수 있다.
이 나라는 공공영역이든 사적 영역을 막론하고 어딜가나 경쟁이 있고, 공동체가 있고, 서열이 있다. 그 정도가 한국인의 그것보다 심하지만, 신기하게도 여기 사람들은 그러한 서열과 경쟁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수긍한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게 맞을 것이다) 권위주의야 동아시아의 디폴트값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왜 이런 나라에서 사회주의 국가가 탄생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튼간에 관찰을 하다보면, 공공기관의 효용성이 낮다고 해서 이를 악마화하고 민영화나 사기업 하청을 도모하기보다는, 오랜 시행착오나 삽질이 있을지언정 공공기관의 운영을 꾸준히 실험해보고 피드백을 받아가며 오랜 기간동안 갈고닦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은 공공기관이 경영 효율화를 도모할수 없는 환경에 있어서가 아닐까?(물론, 자유민주주의 체계내에서, 실수를 저질러선 안 되는 선출직에 의해 모가지가 잡혀있는 공공기관조직이, 실수로부터 얻은 교훈을 지속적으로 기억하며 경각심을 가지고 학습하거나 적용할 수 있는 존재인지는 모르겠다)